마지막 조언

EP.11 빈 장부의 모서리

연무장 끝쪽 벽에 기대어 진연준은 마당을 바라보았다. 오전부터 시작된 무공 시연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었다. 선봉대로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 차례로 나서서 칼을 뽑고 주먹을 내질렀다. 박수 소리가 터질 때마다 구경꾼들의 어깨가 들썩였다. 누군가 기합 소리를 크게 내면 그 소리가 연무장 벽을 타고 울렸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지금 이 자리가 얼마나 대단한 결의의 자리인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다. 진연준은 그 마당을 보다가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연무장 서쪽 담장 너머로 보급 구역의 지붕이 보였다. 수레들이 줄을 서 있는 곳이었다. 아침에 제갈원이 장부를 들고 그 앞에 서 있었다. 진연준도 한 번 가서 수레를 들여다보았다. 짐이 실려 있는 수레도 있었고, 덮개만 씌워져 있는 수레도 있었다. 덮개를 들추면 속이 비어 있을 것 같은 수레가 몇 대 있었다. 제갈원이 그 수레들을 하나씩 살피며 책자에 숫자를 적고 있었다. 지금 마당에서는 아무도 그 수레들을 보지 않았다. 진연준은 그 선이 어디서 끊기는지 알고 있었다. 수레에서 끊겼다. 장부에서 끊겼다. 발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서문혁이 걸어오고 있었다. "왜 거기 서 있어." 서문혁이 말했다. 기분이 좋을 때 나오는 목소리였다. "그냥 보고 있었습니다." "시연 안 해?" "저는 괜찮습니다." "표정이 왜 그래." 서문혁이 말했다. "아닙니다."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서문혁이 진연준을 옆으로 보았다. "뭐가 걱정이야. 아직도." 진연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서문혁이 한 번 코웃음을 쳤다. "제갈원 선생 말이 또 귀에 걸렸지." 서문혁이 말했다. "그 양반은 항상 저래. 출발 전에 이미 패배를 계산하는 사람이야. 그런 눈으로 보면 뭐든 부족해 보이는 법이지." "장부를 보셨습니까." "봤어. 그래서?" "수레 스물두 대입니다. 인원이 삼백 넘는데 사흘치 군량이 안 됩니다." "출발 전에 채우면 되는 거 아냐." "오늘이 채우는 날인데 아무도 채우고 있지 않습니다." "네가 너무 앞서 생각하는 거야." 서문혁이 말했다. "지금은 사기가 중요해. 사기가 살아 있어야 사람들이 움직이는 거야. 장부 숫자가 조금 모자라도, 기세가 있으면 보충이 된다." "기세로 곡식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연준아." 서문혁이 이름을 불렀다. 그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나는 네가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이야. 지금 이 자리에서 그런 말 하고 다니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 겁쟁이라고 하겠지. 그게 싫으면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해." 진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문혁이 그 침묵을 동의로 받아들이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서문혁은 곧 다른 사람에게 불려 마당 쪽으로 걸어갔다. 진연준은 다시 담장 너머 수레들을 바라보았다. 보급선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낮의 열기가 조금 줄어들었다. 수레들이 줄지어 서 있는 그늘 아래에서 제갈원이 여전히 장부를 들고 있었다. 그는 진연준이 오는 것을 보고도 장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다시 왔소." 제갈원이 말했다. "숫자가 바뀌었습니까." "바뀌었으면 내가 여기 서 있지 않았겠지." 진연준이 수레 옆에 섰다. 제갈원이 장부를 펼쳐 진연준 쪽으로 들었다. "보시오." 제갈원이 말했다. "쌀이 이십 석. 염장이 열두 통. 말사료가 수레 하나에 절반. 이걸로 삼백 명이 사흘을 가면 북쪽 길 초입에서 이미 배를 곯는 거요." "조 어르신한테 다시 말씀드렸습니까." 제갈원이 장부를 내렸다. "말했소." 그가 말했다. "조윤백 어르신은 출발 전에 채울 것이라 하셨소. 어디서 채우냐고 물었더니, 길목 역참에서 조달하면 된다고 하셨소." "역참에 있습니까." "역참에 뭐가 있겠소." 제갈원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역참은 평시에도 비어 있는 곳이오. 이번 출정 소식이 이미 북쪽으로 퍼졌을 텐데, 역참에 곡식이 남아 있을 것 같소?" 진연준은 장부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숫자들이 선명했다. 제갈원의 글씨는 깔끔하고 작았다. 각 항목 옆에 필요 수량과 현재 수량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두 숫자 사이의 간격이 너무 컸다. "이것을 다른 사람들도 봤습니까." "서문혁 어르신은 보셨소." 제갈원이 말했다. "그리고 별 말씀이 없으셨소." "조 어르신은요." "보셨소. 나중에 채우면 된다고 하셨소." 진연준은 입을 다물었다. 제갈원이 수레 하나에 손을 얹었다. "이 수레는 덮개만 있소." 제갈원이 말했다. "안이 비어 있소. 저쪽 세 대도 마찬가지요. 집결지에 사람들이 모이는 동안 누군가 짐을 빼낸 것 같소. 아니면 처음부터 없었거나." "처음부터 없었다고요." "이상하지 않소?" 제갈원이 진연준을 보았다. "집결 명령이 내려지기 전에 이미 보급 목록이 작성됐을 텐데, 그 목록과 지금 있는 것이 맞지 않소. 누군가 처음부터 수량을 줄여서 올렸거나, 아니면 중간에 빠져나간 것이오." 진연준은 수레를 보았다. 덮개가 씌워진 수레 하나에 손을 얹어 천을 들쳤다. 안이 비어 있었다. 바닥에 먼지만 남아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진연준이 말했다. "모르겠소." 제갈원이 솔직하게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록하는 것뿐이오. 이 장부가 나중에 쓸모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적어 두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소." "출발 전에 채워질까요." 제갈원이 장부를 닫았다. "채워지지 않을 것 같소." 그가 말했다. "채울 의지가 있는 사람이 없소. 조윤백 어르신은 지금 저 마당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계시오. 출발 날짜를 정하는 것이 더 중요한 모양이오." 진연준은 장부를 들고 있는 제갈원의 손을 보았다. 손가락이 가늘었다. 책을 많이 본 사람의 손이었다. "선생님은 왜 계속 기록하십니까." 진연준이 물었다. 제갈원이 잠시 진연준을 보았다. "들리지 않아도 말해야 할 때가 있소." 제갈원이 말했다. "기록도 마찬가지요. 아무도 보지 않아도 적어야 할 때가 있는 것이오." 진연준은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수레들을 다시 보았다. 비어 있는 수레들. 덮개만 씌워진 수레들. 그 뒤로 연무장에서 박수 소리가 또 한 번 터졌다. 해가 기울 무렵 야영지에 불이 피워졌다. 집결 막사 앞마당에 사람들이 모였고, 그 가운데 조윤백이 서 있었다. 그 주위로 선봉대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 둘러서 있었다. 서문혁도 그 안에 있었다. 화연주가 진연준 옆에 섰다. 그녀는 약재 꾸러미를 손에 들고 있었다. "제갈원 선생이 뭐라고 하던가요." 그녀가 물었다. "사흘치 군량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화연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표정은 놀라지 않았다. "약재도 마찬가지예요." 그녀가 말했다. "저한테 배정된 것이 행군 중 다치는 사람 열 명분이에요. 싸우기도 전에 행군에서 쓰러지는 사람이 그보다 많을 텐데." "말씀드렸습니까." "말씀드렸어요. 나중에 보충된다고 하더군요." 진연준은 불빛을 바라보았다. 불이 크게 타오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이 먼저 무너지는 거예요." 화연주가 조용히 말했다. "전쟁에서 죽는 사람 중에 칼에 죽는 사람보다 길에서 죽는 사람이 더 많아요. 굶어서 죽고, 얼어서 죽고, 다쳐서 치료를 못 받아서 죽는 거예요. 저는 그것을 알고 있어요. 제갈원 선생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저 앞에 있는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아요." "서문혁 형은 저 말을 불길하다고 했습니다." 진연준이 말했다. "그럴 거예요." 화연주가 말했다. "지금은 그 말이 불길하게 들리는 때예요. 하지만 나중에 북쪽 길에서 그 말이 생각날 때가 있을 거예요." 진연준은 그 말을 받아 두었다. 화연주가 약재 꾸러미를 진연준에게 내밀었다. "이건 가져가요." 그녀가 말했다. "해열 약재하고 지혈 포가 들어 있어요.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예요." 진연준이 꾸러미를 받았다. 묵직했다. "감사합니다." "살아 돌아와야 해요." 화연주가 말했다. 그 말이 명령처럼 들렸다. 진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윤백이 손을 들어 올렸다. 불빛 아래 그의 얼굴이 선명했다. "오늘 이 자리는 천의맹의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조윤백이 말했다. "북벌도룡대의 이름으로 우리는 북쪽으로 간다. 맹주의 원한을 갚고, 현천마교의 뿌리를 뽑는다. 이 결의를 혈서로 남긴다." 사람들이 움직였다. 누군가 종이를 돌렸다. 진연준도 한 장을 받았다. 붉은 인주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진연준은 손에 든 종이를 보았다. 제갈원이 옆에 있었다. 제갈원은 종이를 들고 있었지만 아직 엄지를 누르지 않았다. 그는 종이를 들고 불빛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어딘가 먼 곳을 향하고 있었다. 진연준이 제갈원에게 작게 말했다. "선생님도 찍으십니까." 제갈원이 진연준을 보았다. "찍어야겠지요." 제갈원이 말했다. "찍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설 곳이 없으니까. 그리고 찍는다고 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달라지지는 않소." 그가 엄지를 인주에 눌렀다가 종이에 찍었다. 진연준도 엄지를 눌렀다. 차가운 인주의 감촉이 손가락 끝에 닿았다. 붉은 자국이 종이에 남았다. 그 자국을 보며 진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윤백이 다시 손을 들었다. "출정은 사흘 뒤다." 그가 말했다. "모두 준비하라." 사흘 뒤. 그 말이 공기 속에 박혔다. 사람들이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서문혁이 진연준 쪽으로 왔다. "됐지." 서문혁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가볍고 단호했다. 진연준은 손에 든 혈서 종이를 보았다. 붉은 자국이 불빛 아래 더 선명하게 보였다. "됐습니다." 진연준이 말했다. 사흘 뒤. 그 사이에 수레가 채워질지, 곡식이 올지, 약재가 보충될지. 진연준은 알 수 없었다. 다만 지금 이 혈서가 찍힌 이상, 날짜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었다. 날짜가 움직이지 않으면 수레가 비어 있어도 출발해야 했다. 그것이 지금 이 자리에서 정해진 것이었다.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연무장 너머 수레들이 어둠 속에 줄지어 서 있었다. 아무도 그쪽을 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