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무장 한쪽에서 목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진연준은 막사 처마 아래 서서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나무와 나무가 맞닿는 둔탁한 충격음이 일정한 박자로 이어졌고, 그때마다 구경꾼들 사이에서 짧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연무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침부터 모여든 무인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서 있었고, 그 중 몇몇은 이미 저마다의 무공을 선보이며 시선을 끌었다. 누군가는 검법을 펼쳐 보였고, 누군가는 내공을 운용해 손바닥으로 돌을 쪼갰다. 박수가 터질 때마다 그 주변 무리가 한층 두꺼워졌다. 충성 맹세를 큰 소리로 외치는 목소리도 들렸다. 북벌도룡대라는 이름을 부를 때 그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진연준은 그 소리들을 들으면서 다른 쪽을 보고 있었다.
연무장 뒤편, 막사와 막사 사이의 좁은 통로에 수레들이 세워져 있었다. 출정을 앞두고 짐을 싣기 위해 준비해 둔 것들이었다. 수레의 수는 많았다. 그러나 수레마다 짐칸이 비어 있거나 절반도 채워지지 않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덮개가 씌워진 수레도 있었는데, 덮개가 평평하게 눌려 있었다. 가득 찬 자루나 궤짝이 있었다면 덮개가 저렇게 납작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곡식이 없었다. 말사료도 보이지 않았다.
연무장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칼을 뽑아 들고 있었다. 그 칼의 날은 반짝였다. 그러나 칼이 반짝이는 것과 수레가 채워지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진연준은 그것을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이 연무장의 소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서문혁이 진연준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수레 쪽을 흘끗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저거 오늘 오후에 다 채운다고 했잖아."
"누가 그랬습니까."
"조 어르신이. 걱정 마."
진연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조윤백이 오늘 오후에 채운다고 했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오늘 오후에 채울 것이라면 지금 비어 있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진연준이 걱정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오늘 오후에 채운다는 말이 실제로 이행될 수 있는 말인지, 그 말 뒤에 어떤 숫자가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
"사형."
"응."
"저 수레가 다 채워지려면 곡식이 얼마나 필요한지 아십니까."
연무장에서 또 박수 소리가 났다. 서문혁이 그쪽을 돌아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진연준은 수레 쪽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보급선 쪽으로 가는 길은 연무장 뒤편을 돌아 막사 사이의 좁은 길을 지나야 했다. 진연준이 그 길을 걸어가자 수레들이 가까워졌다. 가까이서 보니 더 분명했다. 수레 몇 대는 아예 비어 있었고, 그나마 짐이 실린 것들도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자루 안에 뭔가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지만 손으로 눌러 보면 부드럽게 꺼질 것 같은 모양이었다.
그 자리에 제갈원이 서 있었다. 그는 손에 작은 책자를 들고 있었고, 수레를 하나씩 훑어보면서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진연준이 가까이 가자 제갈원이 고개를 들었다.
"왔소." 제갈원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장부를 보고 계신 겁니까."
"그렇소." 제갈원이 책자를 진연준 쪽으로 조금 기울였다. "보겠소?"
진연준은 책자를 받아 들었다. 세로로 빽빽하게 적힌 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출정 인원, 말의 수, 예상 행군 일수, 그에 따라 필요한 곡식과 염장의 양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는 현재 확보된 물자의 수량이 적혀 있었다.
진연준은 두 숫자를 비교했다. 한 번 보고 다시 보았다. 틀리지 않았다.
필요한 곡식의 양과 현재 확보된 곡식의 양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다. 염장은 더 심했다. 예상 필요량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가 적혀 있었다.
"이게 맞습니까." 진연준이 물었다.
"맞소." 제갈원이 말했다. "내가 직접 확인한 수치요."
"그러면 지금 상태로는."
"사흘치가 안 되오." 제갈원이 말을 잘랐다. "북쪽 길이 가까운 것도 아닌데, 사흘치 군량으로 출정을 한다는 말이오."
진연준은 책자를 돌려주었다. 제갈원이 그것을 받아 들고 다시 수레 쪽을 바라보았다.
"조 어르신한테 말씀드렸습니까."
"했소." 제갈원이 짧게 말했다. "나중에 채운다고 했소."
"나중에."
"출발 전날까지 채울 것이라고 했소. 지금 천의맹 각 문파에서 물자를 모으고 있다고. 그러니 걱정 말라고."
진연준은 그 말을 들으며 다시 수레를 보았다. 출발 전날까지 채운다는 말이 가능한 말인지 따져 보았다. 지금 비어 있는 수레들을 하루 만에 채우려면 어디선가 곡식이 들어와야 했다. 그 곡식이 실제로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
"선생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제갈원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는 책자를 접어서 품 안에 넣었다.
"채워지지 않을 것이오." 그가 말했다. "내가 틀리기를 바라지만, 내 계산으로는 그렇소."
진연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연무장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박수 소리와 환호 소리가 이쪽까지 들려왔다. 그 소리와 제갈원의 말이 같은 공간 안에 있었다.
막사로 돌아오는 길에 조윤백이 보였다. 그는 몇몇 무인들에게 둘러싸여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손을 크게 움직이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활기차 보였다. 진연준이 그 옆을 지나가자 조윤백이 고개를 들어 진연준을 보았다. 잠깐 시선이 마주쳤다가 조윤백이 다시 자신을 둘러싼 무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진연준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 야영지 한쪽에 작은 불이 피워졌다. 화연주가 그 옆에 앉아서 약상자를 열고 있었다. 진연준이 가까이 가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앉아요." 화연주가 말했다.
진연준이 그 옆에 앉았다. 화연주는 약상자 안을 들여다보면서 작은 통들을 하나씩 꺼내 확인했다. 통마다 뚜껑을 열어 안을 보고, 다시 닫아서 옆에 놓았다.
"행군 중에 가장 먼저 문제가 생기는 게 뭔지 알아요?" 화연주가 물었다.
"발이요." 진연준이 말했다.
화연주가 고개를 저었다. "발이 문제가 되는 건 그 전에 다른 것들이 무너진 다음이에요. 물이요. 소금이고요. 상처가 나면 소금물로 씻어야 하는데, 소금이 없으면 상처가 곪아요. 물이 부족하면 탈진이 와요. 그런데 지금 이 약상자 안에 있는 소금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요?"
진연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틀치예요." 화연주가 말했다. "오백 명이 이틀 동안 쓸 수 있는 양이요. 그 이후에 상처가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말을 안 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화를 내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숫자를 말하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 숫자가 진연준의 귀에 박혔다.
"더 달라고 했어요?" 진연준이 물었다.
"했죠." 화연주가 통 하나를 들어서 불빛에 비추었다. 통 안이 절반도 채워지지 않은 것이 보였다. "출발 전에 보충해 준다고 했어요. 그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진연준은 제갈원이 한 말을 떠올렸다.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말. 화연주의 말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여기 있었어?" 서문혁이 진연준에게 말했다. 그러다가 화연주의 약상자를 보고 표정이 조금 굳었다. "또 그 이야기야?"
"약재 확인하는 거예요." 화연주가 담담하게 말했다.
"출발 전에 다 채워진다고 했잖아. 걱정 안 해도 돼."
"채워진다고 해서 채워지는 건 아니에요." 화연주가 통의 뚜껑을 닫으면서 말했다. "저는 지금 있는 것만 보고 있어요."
"연준아."
"네."
"너도 그 생각이야? 출발 못 한다는 거야?"
"출발은 합니다." 진연준이 말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곳이 먼저 무너진다는 게 맞는 말이에요."
"사기를 꺾으려는 게 아니에요." 진연준이 서문혁을 보았다. "사형도 알고 계시잖아요. 수레가 비어 있는 거."
"오늘 오후에 채운다고 했잖아."
"오늘 오후가 다 됐어요."
"내일 아침에 들어올 거야." 그가 말했다. "분명히 그럴 거야."
진연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화연주도 말이 없었다. 서문혁이 잠시 서 있다가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불이 조금 더 작아졌다. 화연주가 약상자를 닫고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제갈원 선생이 뭐라고 하던가요?" 그녀가 물었다.
"채워지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화연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진연준은 야영지 너머 연무장 쪽을 바라보았다. 어두워지면서 횃불이 켜졌고, 그 불빛 아래에서 아직도 몇몇이 움직이고 있었다. 칼을 들고 있는 사람, 서로 맞대고 있는 사람들. 그 불빛은 밝았다. 그러나 진연준의 눈에는 그 뒤편의 어두운 통로와 그 안에 선 비어 있는 수레들이 겹쳐 보였다.
밤이 깊어지면서 야영지 곳곳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진연준은 막사 안에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 앉아 있었다. 멀리서 북소리가 들렸다. 짧고 단호한 북소리였다. 사람들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조윤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횃불이 밝게 켜진 연무장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선봉대의 무인들이 모여 있었다.
진연준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쪽으로 걸어갔다.
조윤백이 무언가를 높이 들어 보였다. 종이였다. 그가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북벌도룡대의 이름으로 출정하는 선봉대의 맹세문이었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주위에서 응답하는 소리가 났다.
혈서를 찍는 절차가 시작되었다. 먼저 나선 사람이 손가락을 베어 붉은 흔적을 종이 위에 남겼다. 다음 사람이 그 뒤를 이었다. 진연준은 그 줄 안에 서 있었다. 차례가 돌아왔을 때 그는 손가락을 내밀었다. 작은 칼날이 스쳤다. 붉은 것이 맺혔다. 그것을 종이 위에 눌렀다.
맹세가 끝나고 조윤백이 다시 말했다.
"출정은 사흘 뒤다."
사흘 뒤. 진연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손가락 끝의 작은 통증을 느꼈다. 사흘 뒤면 날짜가 정해진 것이었다. 날짜가 정해졌다는 것은 그 전에 수레가 채워져야 한다는 뜻이었다. 약재가 보충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 모든 것이 사흘 안에 이루어져야 했다.
주위에서 환호 소리가 났다. 사람들이 서로의 어깨를 치며 웃었다. 서문혁도 웃고 있었다.
진연준은 웃지 않았다.
사흘이었다. 수레는 아직 비어 있었다. 화연주의 약상자에는 이틀치 소금이 있었다. 제갈원의 장부에는 필요한 것의 절반도 안 되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그 숫자들이 사흘 안에 달라질 것인지, 진연준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 빚은 길 위에서 갚아야 할 것이었다. 북쪽으로 갈수록, 산이 높아질수록, 겨울이 가까워질수록.
횃불 아래의 환호 소리는 계속되었다. 진연준은 그 소리 안에 서서 손가락 끝의 작은 통증만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