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밤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적어도 채서윤에게는 그랬다. 마지막 메일을 보내고 사무실을 나설 때쯤이면 늘 하루가 다 닳아 있었다. 형광등 아래에서 오래 눌려 있던 눈은 네온사인조차 아프게 받아들였고, 뺨에 닿는 늦가을 바람은 위로보다 각성에 가까웠다.
서윤의 집은 회사에서 가장 빠른 길로 걸으면 금세 도착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늘 일부러 돌아갔다. 반듯한 유리 건물과 비슷한 얼굴의 카페들을 지나지 않고, 재개발이 멈춘 듯한 오래된 동네를 향해 걸었다. 그 길만이 오리진의 직원 채서윤을 벗겨 내고, 아직 말라 죽지 않은 자기 감각을 확인하게 해 주는 유일한 틈이었다.
낡은 간판과 낮은 건물들 사이로 언덕길이 이어졌다. 숨이 차오를 즈음, 고양이 울음소리가 밤의 정적을 긁었다.
지붕 위에는 달빛과 빗기를 함께 뒤집어쓴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서윤은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오늘 하루 중 처음으로 나온 진짜 웃음이었다.
그리고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아래, 카페 창가로 내려갔다.
주황빛 조명 아래에 앉은 남자가 있었다. 컵을 손에 쥔 채 창밖을 보고 있었다.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사람처럼, 자기만의 밤 속에 완전히 잠겨 있었다.
그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한순간에 시간이 무너졌다.
권시혁.
심장이 발치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잊은 줄 알았다. 아니, 잊어야 한다고 믿고 살았다. 대학 시절의 미완성, 설명하지 못한 오해, 마지막으로 받았던 그 눈빛까지 한꺼번에 떠올랐다.
서윤은 본능처럼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가, 곧 멈췄다. 내일 오전 보고는 어차피 피할 수 없고, 몇 년 동안 미뤄 둔 이름도 이제는 그냥 지나쳐지지 않을 것 같았다. 돌아서면 오늘 밤도, 내일도, 그다음도 똑같을 것 같았다.
그녀는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그냥 커피를 마시러 온 거야. 그뿐이야.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며 문을 밀었다.
딸랑.
풍경 소리와 함께 커피 향과 젖은 나무 냄새가 퍼졌다. 창가에 앉아 있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몇 년 전 끝나지 못한 이야기와, 이제 막 다시 시작되려는 비 오는 밤이 그 짧은 시선 사이에서 맞부딪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