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성채 내정(內廷)은, 비 내리는 셋째 달의 새벽이 오기 직전 그 마지막 시각에, 차가운 등잔 기름과 현무암에 젖은 비의 냄새가 났다.
헤인 가(家)의 세베리아는 그려진 별들 아래에 서서 궁궐이 숨 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여인들의 가림막 너머, 청금석을 박은 문 너머, 제국의 심장을 둘러친 검은 벽 너머에서, 그녀의 오라비의 군사들이 아직도 보초를 갈고 있었다. 그들의 군화에는 북방의 긁는 소리가 배어 있었으니, 돌에 부딪는 쇠붙이의 소리였고, 그 소리를 부드럽게 죽이려는 어떤 노력도 들어 있지 않았다. 알드릭 헤인은, 장야제(長夜祭) 이전에 빗장이 걸려 있어야 했고 그 후 매달 그믐마다 점검되었어야 했을 서편 문을 통하여 성채를 차지하였다. 그때 이래로 궁궐은 새로운 음률을 익혔다. 비단은 줄고. 갑옷은 늘었다.
여인들의 평의(評議)에 마련된 빈 자리 앞의 등잔들은 너무 낮게 심지가 잘려 있었다. 세베리아는 그것을 그대로 두었다. 십 년 동안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법을 배워온 조정은, 그 어둠 속에서 보는 법 또한 배울 수 있을 것이었다.
그녀의 등 뒤, 검은 삼나무로 짠 좁은 탁자 위에는 서신 세 통과 인사 발령장 한 통이 놓여 있었다. 서신들은 화로 위에서 데워지고, 뼈로 만든 칼로 열리고, 두 번 읽히고, 한 번 베껴지고, 다시 봉인되었다. 첫 번째 것은 기도포의 단에서 꺼내었다. 두 번째 것은 부채의 빈 자루에서 꺼내었다. 세 번째 것은 옥타비아 아우렐리안의 시녀장이 예배당 문지방에 입을 맞추려 몸을 굽힐 때 그 소매에서 꺼내었다.
세베리아는 달이 지기 전에 그것들을 다 읽어 두었다. 그 가운데 어느 것도 모반(謀反)을 말하지 않았다. 모반이란, 내정에서는, 더 나은 예법을 갖추는 법이었다.
하나는 옛 손[手]의 송가가 사시(巳時)에 아직도 불리는지를 묻고 있었다. 하나는 어린 폐하 호노리우스께서 서변(西邊)의 경보 이래로 잠을 설치셨다는 것을 적고 있었다. 하나는 흑포(黑袍) 대신들이, 살아남은 그들의 관아 안에, 옛 유아실 배속 명부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지 의문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어느 것에도 명령은 들어 있지 않았다. 다만, 신중한 사람이 걸을 수 있을 만큼 조용한 말들로 깔린 한 가닥의 길이 있었을 따름이었다.
수상 잘티스라면 그 길을 알아보았을 것이다. 세베리아에게는 그것에 의심이 없었다. 그 늙은 짐승은 우연이라는 것을 우연으로 잘못 보지 않음으로써 너무 많은 치세를 살아남은 자였다. 흑포 대신 열 사람이 한때 그 성채 안을 마치 벽이 그들의 소매에 꿰매어진 듯이 움직이고 다녔다. 이제 여섯이 눈에 보이는 채로 남았으며, 그 여섯조차도 조심스레 움직였다. 그녀의 오라비는 문들을 베어 열었다. 세베리아는 회랑들을 베어 끊으려 하였다.
그녀는 손가락 하나로 맨 위 서신을 짚었다. 봉인에는 어떠한 황실의 표지도 들어 있지 않았다. 옥타비아는 결코 헛되이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수수한 갈색 옷을 입은 시동 한 사람이 들어와, 이마가 거의 깔개에 닿도록 절을 하고는, 한마디도 없이 물러났다. 평의의 여인들이 모이고 있었다.
세베리아는 자기 자리에 앉았다.
가장 높은 자리는 아니었다. 그것은 새겨진 옛 전례와 옛 예법에 따라, 호노리우스의 조모이자 결코 깨끗하지 않았던 한 시대의 유물인, 황태후 옥타비아 아우렐리안의 자리였다. 세베리아는 그 자리의 오른편에 앉았으니, 조정이 아직 자기가 얼마나 담대해지고자 하는지를 결정하지 못한 형국에서, 재위 중인 어린 임금의 어머니가 앉을 만한 자리였다. 칼레노르는 세 마당 떨어진 곳에서 헤인 가의 호위 아래 잠들어 있었으니, 자기에게 비해 한층 큰 사내를 위해 만들어진 갑주처럼 황제의 이름이 그 위에 눌러 씌워진 어린아이였다. 세베리아는 사시(巳時)의 두 번째 시각에 그 아이를 보아 두었다. 입은 벼개 위에 벌어졌고, 한 손은 이불자락에 걸려 있었다. 면류관(冕旒冠)이 그를 더 무거이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이 그를 무거이 하였을 뿐이었다.
첫 번째 부인들이 위계대로 짝을 지어 들어왔다. 어느 누구도 낮은 소리 이상으로 말하지 않았다. 비단이 속삭였다. 젖은 옷자락이 바닥을 어둡게 적셨다. 낮은 가문의 여인들은 시선을 낮추고 귀를 열어 두었으니, 그것이 궁궐 날씨를 견뎌 살아남는 첫째 가는 기예였다. 아우렐리안 혈통의 두 과부 고모(姑母)가 동편 창 아래의 의자를 차지하였다. 헤인 가의 사촌 여인 한 사람이 그 맞은편 의자를 차지하고는 그들의 수효를 헤아리지 않는 척하였다.
옥타비아는 가장 늦게 들어왔다.
그녀는 상복의 검은빛이 아니라 회색을 둘렀고, 목에 새겨진 여덟 모서리의 별 외에는 어떤 보석도 지니지 않았다. 그녀의 시녀장이 한 걸음 뒤를 따라 걸어왔으니, 두 손은 모았고, 얼굴은 세 세대의 처녀들이 왕비도 되고 시신도 되는 것을 보아온 여인 특유의 그 익은 텅 빔으로 평탄하였다. 옥타비아의 머리칼은 온통 희게 세었으나, 그 얼굴의 골격은 옛 위엄을 그대로 지녔다. 지금조차도, 성문 사건 이후조차도, 칼레노르의 즉위 칙명 이후조차도, 그녀의 둘레에서 방은 변하였다. 청하지도 않았는데 여인들이 자리를 비켜 길을 내었다.
세베리아는 정해진 분량의 절반만큼 일어섰다. 연륜을 기리기에는 족하였다. 자리를 내어주기에는 족하지 않았다.
“폐하께서 잠자리가 평안치 못하셨던 듯하옵니다.” 세베리아가 말하였다.
옥타비아는, 마치 나무가 아니라 기억 속으로 내려앉듯이 조심스레 그 높은 의자에 앉았다. “나의 연배에 이르면, 잠은 자기 나름의 의견을 지닌 객(客)이라오.”
몇몇 여인들이 시선을 떨구었다. 농지거리가 아니었다. 옥타비아는 그런 데에 좀처럼 숨을 허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세베리아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하시면 폐하를 오래 머무르시게 하지 않겠나이다.”
“그것은 새로운 일이 되겠소.”
등잔불은 방 안에 자그마한 황금빛 우물들을 만들었다. 청동 가림막에 빗방울이 똑똑 떨어졌다. 세베리아는 평의가 첫 칼이 드러나기를 기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인들의 평의를 부드럽다 일컫는 자들은 그 안에 갇혀본 적이 없는 사내들이었다. 가림막 안쪽에는 어떠한 무장 호위도 들지 않았다. 그곳에서 어떠한 칙령도 찍히지 않았다. 그러나 유모들, 열쇠들, 청원장들, 침상들, 식사들, 사당의 임명들, 침구 곳간들, 상복의 빛깔들, 병든 어린아이에게 다가갈 수 있는 권한, 과부가 서신을 받을 수 있는 시각 — 이 모든 것이 여인들의 손을 거쳐 지나갔다. 인내만 충분하다면, 제국 하나쯤은 비단으로 목 졸라 죽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세베리아는 인사 발령장을 들어 올렸다.
“가내(家內)의 기강에 관한 한 가지 사안이 우리 앞에 놓여 있소.” 그녀가 말하였다. “이는 어떠한 혈통의 권리에도, 어떠한 신성한 위계에도 닿지 않으니, 곧 본 평의의 옛 권한 안에 드는 일이외다.”
옥타비아의 시녀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이 세베리아에게 이르되, 그 여인이 그 자리에서 곧 알아들었음을 알리는 바였다.
옥타비아는 그 종이를 보았으되, 세베리아를 보지는 않았다. “*옛 권한*이라는 말은, 새로운 식욕을 발견한 자들에게 매우 사랑받는 표현이지요.”
“그 식욕은 고요를 향한 것이외다.”
“고요는 쉽게 얻을 수 있소. 빈 방은 고요한 법이오.”
“그러하오시면 폐하께서는 흡족하시겠나이다. 한 방이 정오까지 비워질 것이옵니다.”
동편 창가의 더 나이 든 여인들이 매우 가만히 자세를 지켰다. 세베리아는 발령장을 펼쳤다. 그녀는 그것을 곧장 소리내어 읽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 자신의 두려움을 헤아리게 두었다. 옥타비아에게는 떨어지기 전 한 호흡의 예의를 베풀어 두었다.
“폐하를 모시는 시녀장은 궁중 직무에서 풀려나, 황실의 후원 아래 있는 한 시골 사당에 배속될 것이외다. 그곳에서 그녀는 황실의 안녕을 위하여 등잔을 받들 것이외다. 호송은 정오에 떠나오. 가내 기물은 수색하고 목록을 작성하여, 이레 안으로 그녀에게 보내질 것이외다.”
낮은 자리의 의자에서 작은 소리가 일었다. 항변이 아니었다. 인지(認知)였다.
시녀장은 머리를 숙였다. 그녀는 그것을 매우 잘 행하였다. 시인할 만큼 깊이 숙이지도 않았고, 거역할 만큼 뻣뻣하게 숙이지도 않았다. 다른 어떠한 가문에서였다면 세베리아는 그녀를 흠모할 만하였을 것이다.
옥타비아는 두 손을 의자의 팔걸이 위에 얹었다. “시골의 사당이라.”
“평화로운 곳이옵니다.”
“이 조정에서 평화란 종종 거리[距離]의 다른 이름이지요.”
“거리는 많은 목숨을 보전해 왔사옵니다.”
“그리고 많은 우정을 끝내었지요.”
세베리아는 발령장을 두 사람 사이의 탁자 위에 놓았다. “우정은 우리 앞에 놓인 사안이 아니외다.”
“그렇소.” 옥타비아가 말하였다. “그것은 좀처럼 그러한 법이 없지요.”
옛날의 그 칼날이 다시 들었다. 세베리아는 그것을 느꼈으되, 느꼈음을 내보이지는 않았다. 옥타비아는 두 아들을 묻었으며, 신하들이 살져 일어나고 머리가 잘려 떨어지는 것을 보아 왔으며, 호노리우스를 열병과 폭동과 황권(皇權)의 더딘 쇠락 속에서 끌어안고 있었다. 그녀는 그저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떠한 젊은 여자라도 거칠어 보이게 만들 수 있었다. 세베리아는 연륜에 열기로 답해서는 아니 됨을 익히고 있었다.
그녀는 첫 번째 서신을 집어 들었다.
그때 방이 바뀌었다. 눈에 띄게는 아니었다. 어느 누구도 몸을 앞으로 내밀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숨을 들이쉬지 않았다. 그러나 세베리아는 손이 천을 그러모으듯 주의가 그러모이는 것을 느꼈다.
“폐하의 거처와 흑포 대신들의 관아 사이에서 서신 세 통이 가로채어졌사옵니다.” 그녀가 말하였다. “그것들은 가내 등록 없이 봉인되었고, 평의의 인가 없이 운반되었으며, 서약을 한 궁중의 시종 한 사람의 몸에 숨겨져 있었사옵니다. 그 서신들은 위법한 말은 피하고 있사옵니다. 그 조심스러움이 그 통과를 깨끗이 씻어주는 것은 아니옵니다.”
옥타비아는 세베리아의 손에 든 서신을 보았다. “그대는 통과의 학자가 되었구려.”
“소인의 오라비는 궁궐이 빗장을 걸기를 잊은 문으로 들어왔나이다. 소인은 그 잘못에서 가르침을 받았사옵니다.”
그 말에 몇몇 시선이 들렸다. 서편 문에 관하여는 회랑에서 말이 오갔으되, 평의에서 말이 된 적은 없었다. 그것은 모든 이의 마음 속에 한 사물로서, 그리고 한 고발로서 서 있었다. 세베리아는 그것이 그대로 서 있게 두었다.
옥타비아가 말하였다. “할미가 손주의 잠을 묻는다 하여, 제국이 떨 까닭은 없소.”
“제국은 아니옵니다. 그 물음을 흑포의 소매를 통하여 운반하는 자들이 떨 따름이옵니다.”
“어린 폐하 호노리우스께서는 여덟 해를 사셨소.”
“두려움 또한 그러하옵니다, 사람들이 일찍 가르칠 적에는.”
옥타비아의 시선이 마침내 세베리아에게로 옮겨왔다. 평이한 시선, 메마르고 흔들림 없는 시선이었다. “조심하시오, 헤인 가의 세베리아여. 이 궁궐 안에는, 사내아이들이 그 조모의 가르침 없이도 두려움을 익히는 방들이 있다오.”
세베리아는 이불자락에 걸린 칼레노르의 손을 떠올렸다. 그녀는 옥타비아의 거처에 충분히 가까워 시녀나 사발이나 기도서나 열병 수건을 통하여 한 마디 속삭임이 오갈 만한 옛 유아실의 호노리우스를 떠올렸다. 그녀는 잘티스가 자기 자물쇠 잠긴 문 가운데 어느 하나의 뒤에 앉아, 화폐 주조관이 깎인 동전을 헤듯 사내아이들을 헤고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하오시면 우리는 그러한 방의 수효를 줄일 것이외다.” 그녀가 말하였다.
옥타비아는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알아들었다. 세베리아는 의자의 팔걸이로부터 그녀의 손이 조용히 거두어지는 데에서 그것을 보았다.
“호노리우스께서는 거처를 옮기실 것이외다.” 세베리아가 말하였다. “의관(醫官)들은 더 작은 침전, 더 적은 외풍, 더 적은 계단을 권한 바 있사옵니다. 그 새로운 시종들은 본 평의와 가내 호위 관아가 함께 가려 뽑을 것이외다. 정해진 시각에 폐하를 뵐 수 있을 것이외다.”
그 한 마디가 그 일을 해내었다. *정해진 시각*. 어린아이가 두려워 깨어난 아침이 아니었다. 옛 노래가 혀를 풀어 주는 저녁이 아니었다. 흉몽 뒤도 아니었다. 객(客)으로 만들어진 조모는 더 이상 조모가 아니었다. 그것은 숨 쉴 허락을 받은 한 폭의 초상이었다.
시녀장이 무릎을 꿇고 내려앉았다.
“폐하.” 그녀는 옥타비아에게 아뢰었지, 세베리아에게 아뢰지 않았다.
옥타비아는 내려다보지 않았다. 자비는 자백이 되었을 것이었다. 분노는 선물이 되었을 것이었다.
“일어서거라.” 옥타비아가 말하였다. “네 아직 정죄(定罪)되지 않은 방에서 무릎을 꿇는 일은 더 잘 배웠을 터이거늘.”
여인은 일어섰다.
세베리아는 세 통의 서신을 나란히 놓았다. “원하신다면 폐하께서 봉인을 살펴보실 수 있나이다.”
“내 자신의 필체는 내가 아오.”
“그러하오시면 그것들을 인정하시는 것이옵니다.”
“손이란 어린아이의 안부를 물을 수도 있는 것이오.”
“손이란 또한 가리킬 수도 있는 것이옵니다.”
“그대의 읽기에는 무엇을 가리키오?”
여기에서 함정은 뒤집혔다. 만일 세베리아가 옥좌를 말한다면, 고발을 그 증거에 비해 너무 크게 만드는 것이었다. 만일 잘티스를 말한다면, 자기 오라비가 다스리지 못한 한 사내에 대한 두려움을 자백하는 것이었다. 만일 호노리우스를 말한다면, 제국의 아들들 가운데 절반을 젖 먹여 키운 여인들 앞에서 여덟 살 어린아이를 선언된 위협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세베리아는 침묵으로 답하게 두었다가, 그 침묵을 자기가 깨었다.
“혼란을 가리키는 것이외다.”
옥타비아의 입가가 굳었다. 미소라 하기에는 못 미쳤다. “쓸모 있는 말이오. 그것은 이름 부를 용기가 모자란 것을 덮어주지요.”
“그것은 격(格)을 부여할 필요가 없는 것을 덮어주는 것이옵니다.”
맞은편 의자의 헤인 가 사촌 여인이 너무 늦게 시선을 떨구었다. 세베리아는 그녀의 얼굴 위로 만족이 스쳤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정오 식사 이전에 그것은 내정에 두루 퍼질 것이었다. 세베리아는 옥타비아를 절벽 가까이 끌어다 놓고, 떠밀기 직전에 멈추었다고. 절제는 그 값을 치러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는 늘 강함처럼 보이는 법이었다.
옥타비아는 시녀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는 깨끗한 손으로 떠나거라. 내 셋째 궤짝에서 자그마한 상아 빗을 가져가거라. 내 첫 유모의 어미의 것이었다. 내 더는 그것에 쓸 데가 없다.”
세베리아는 거의 거절할 뻔하였다. 선물은 전언을 실어 나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더 나이 든 여인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쫓겨나는 시종에게 상아 빗 한 개를 금하는 일은, 세베리아를 빗살을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보이게 할 것이었다.
“빗은 검사하여 보내도록 하리이다.” 그녀가 말하였다.
옥타비아는 머리를 숙였다. “정복(征服)이란 목록 작성을 익히고 나면 얼마나 너그러워지는지요.”
세베리아는 발령장을 접고 손톱으로 그것을 표시하였다. “본 평의는 그 인사 이동을 인정하오.”
투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여인들은 한 사람씩 절을 하였으니, 세베리아에게가 아니라, 세베리아가 그 아침을 차지하였다는 사실에 대하여였다. 그것이 조정이 거짓을 말하는 방식이었다. 그들은 날씨에 절을 하고는 그것을 충성이라 일컬었다.
옥타비아가 일어서자, 방이 그녀와 더불어 일어섰다. 그녀의 시녀장이 따랐으니, 마지막으로 두 걸음 뒤를 따라 걸었다. 가림막에서, 옥타비아는 잠시 멈추었다.
“언제 손주를 뵐 수 있겠소?”
“오시(午時)에 뵐 수 있을 것이옵니다.” 세베리아가 말하였다. “그분의 새 거처가 자리를 잡는 대로.”
“어린아이는 좀처럼 거처에 의해 자리 잡지 않는다오.”
“그렇사옵니다. 그들은 그들 둘레의 질서에 의해 자리 잡사옵니다.”
옥타비아는 한 번, 회색의 비탈진 어깨 너머로 돌아보았다. “그러하면 칠성(七星)이 그대에게 질서로운 마음을 내려주시기를.”
높은 자리의 여인들은 평의에서 저주하지 아니하였다. 그들은 기도를 올렸다.
그녀가 떠난 뒤, 방은 풀어졌다. 비단이 움직였다. 숨이 돌아왔다. 세베리아는 자기 자신이 등받이에 기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인사 발령장의 가내본에, 침전 명령의 호위본에, 옥타비아의 서궤(書櫃)에 대한 목록 영장에 서명하였다. 손을 위한 한 통. 발을 위한 한 통. 혀를 위한 한 통.
등잔이 꺼질 무렵, 내정은 그날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결정하였다. 옥타비아의 가장 가까운 시종이 사라졌다. 그녀의 서신은 드러났다. 호노리우스는 그녀의 문에서 더 멀리 잠들 것이었다. 옛 황태후가 새 황후에게 졌고, 흑포 대신들은 자기들이 숨겼다고 여겼던 회랑 하나를 잃었다.
세베리아는 그들이 그 일 전부를 그대로 믿게 두었다. 조정은 자기가 한뜻이라고 여길 적에 더 깨끗하게 움직이는 법이었다.
침구실 통로 너머의 더 작은 침전에서는, 술시(戌時) 무렵, 깎아낸 회반죽과 젖은 삼나무의 냄새가 났다.
옥타비아 아우렐리안은 문지방에 서서 두 시종이 어린아이의 침상을 그릇된 벽에 붙여 놓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방에는 돌벽 높이 박힌 좁은 창 하나가 있었고, 한겨울의 화로를 두기에는 너무 작은 벽난로가 있었다. 누군가가 마른 라벤더 다발들로 그것을 향기롭게 하려 애써 두었다. 그 라벤더는 다만 그 침전이 너무 오래 닫혀 있었음을 증명할 따름이었다.
호노리우스는 두 손을 등 뒤에 모은 채 궤짝 옆에 서 있었다. 그는 짙은 청색의 모직옷으로 정성스레 차려 입혀져 있었으니, 깃은 똑바로 채워졌고, 머리칼은 갓 빗겨 아직 젖어 있었다. 여덟 살이건만, 그는 이미 황실 어린아이의 그 기예 — 가만함을 순종처럼 보이게 하는 기예 — 를 익히고 있었다. 옥타비아는 그 기예를 미워하였다. 그녀가 그것을 그의 부친에게 가르쳤던 것이다.
헤인 가의 호위 두 사람이 통로 바깥에 기다렸다. 그들은 들지 않았다. 그것은 세베리아의 예의(禮儀)이거나, 세베리아의 계산이었다. 옥타비아는 너무 오래 살아온 터라 그 둘을, 증거 없이는 갈라낼 수가 없었다.
“할마마마.” 호노리우스가 말하였다.
“폐하.” 그녀가 답하였고, 그 권리가 소멸되지 않은, 다만 질식되었을 따름인 한 어린 군주에게 마땅한 정확한 분량으로 무릎을 굽혔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부디 그러지 마소서.”
“그러하오시면 다른 이들 앞에서 짐으로 하여금 그러하게 하지 마소서.”
그는 시종들 쪽으로 흘긋 보았다. 더 분별이 있어야 마땅할 만큼 나이 든 시종 하나가 얼른 이불자락을 내려다보았다. 다른 한 사람은 유물을 다루는 자의 그 엄숙한 황망함으로 아래쪽 홑이불을 여미고 있었다.
“우리를 두고 물러가라.” 옥타비아가 말하였다.
시종들이 통로 쪽을 보았다. 호위 한 사람이 안을 들여다보았다. 옥타비아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만일 새 질서가 할미와 두려워하는 어린아이 사이의 다섯 호흡의 사사로움을 금한다면, 헤인 가의 세베리아를 부르거라. 그리고 그녀로 하여금 직접 그렇게 말하게 하라.”
호위는 물러섰다. 시종들은 부드러이 달아났다.
호노리우스는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들이 짐의 새들을 가져갔사옵니다.” 그가 말하였다.
내 방이 아니었다. 내 책들이 아니었다. 새들이었다. 더 어린 사내아이를 위하여 깎고, 붉게 검게 금빛으로 칠한 나무 새들. 그것들은 한때 그의 옛 침상 위에 매달려, 어떠한 외풍에도 빙글빙글 돌았다. 옥타비아는 그가 열병 가운데 그것들을 헤는 것을 보았었다.
“가져다 드리도록 하리이다.”
“이 벽에는 그 갈고리가 안전치 않다 하더이다.”
“그러하오시면 우리는 더 안전한 갈고리를 찾도록 하리이다.”
“칼레노르가 짐의 방을 차지할 것이옵니까?”
그것이었으니, 한 번의 칼질처럼 깨끗하였다. 어린아이는 정치의 둘레를 돌아 인도될 수는 있어도, 상실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인도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자기 손에서 잔이 거두어진 때를 알았다.
옥타비아는 방을 가로질렀다. 무릎이 불평하였으나, 그녀는 그것을 못 본 척하였다. “칼레노르에게는 그 자신의 거처가 있나이다.”
“그에게는 더 많은 호위가 있사옵니다.”
“현재로서는 그러하옵니다.”
“헤인 경(卿)이 그의 외숙이옵기에.”
“헤인 경이, 창을 든 사내들이 어느 것도 다스리지 않아야 마땅한 궁궐 안에서, 창을 든 사내들을 다스리고 있기에 그러하옵니다.”
호노리우스는 문 쪽을 보았다. “그 말씀을 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그렇사옵니다. 폐하께서는 짐이 그 말을 하였음을 기억하셔야 하옵니다.”
그는 침을 삼켰다. 그는 울지 않으려 하였다. 그것은 그녀가 또한 미워하면서도 너무도 잘 가르친 또 한 가지 기예였다.
“짐이 무엇인가 그릇된 일을 행하였사옵니까?” 그가 물었다.
옥타비아는 삼나무 침상의 가장자리에 앉았다. 그것은 단단하고 좁았다. 한 어린 군주가 그 위에서 잠들 수 있었으니, 다만 그 군주가 작아짐을 가르침받고 있는 동안에 한해서였다.
“아니옵니다.”
“그러하오시면 짐은 어이하여 옮겨지옵니까?”
세베리아가 네 안의 어린아이보다 네 안의 피를 더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잘티스가 흑포의 고아 사내아이들에게 사십 년 동안 벽을 통하여 움직이는 법을 가르쳐 왔기 때문이다. 너의 할미가 서신 세 통을 잃을 만큼 부주의하였고, 다만 그 셋만을 잃을 만큼 신중하였기 때문이다. 제국이 모든 침상이 곧 깃발이 된 한 채의 집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말하였다. “어른들은 두려움을 자백함에 서투르옵니다, 그래서 그들은 가구를 정렬하옵니다.”
호노리우스는 그것을 헤아렸다. 그는 늘 답하기 전에 헤아리는 사람이었다. 그 습속이 신하들로 하여금 그의 진중함을 칭송하게 하였다. 옥타비아는 더 잘 알았다. 그는 한 마디 한 마디의 값을 재는 어린아이였다.
“짐은 황후 세베리아를 두려워하여야 하옵니까?”
“폐하께서는 그녀에게 정중하셔야 하옵니다.”
“그것은 같은 답이 아니옵니다.”
“그렇사옵니다.”
그는, 마치 그녀가 산수의 한 가르침을 확인해 준 양,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옥타비아는 그의 두 손을 잡았다. 그의 손가락은 차가웠다. 한 엄지의 옆면에 먹이 묻어 있었고, 두 손톱 밑에는 옅은 가루가 있었다.
“무엇을 하고 계셨사옵니까?” 그녀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옵니다.”
조정 어린아이의 첫 거짓말은 늘 작고 잘못 만들어졌다. 더 잘 다듬어진 거짓말은 나중에, 필요에 의해 닦이어 왔다. 그녀는 그를 놓아 주고 시선이 방을 지나가게 두었다. 글씨판 하나가 궤짝 위에 닫힌 채로 놓여 있었다. 그의 첨필(尖筆)이 그 옆에 깨끗이 놓여 있었다. 탁자 위에 먹은 없었다. 긁힌 자국 있는 밀랍도 없었다. 침상 뒤의 회반죽은 최근에 긁히어 있었으며, 습기가 들떠 있던 자리가 메워져 있었다. 침상은 벽에 완전히 붙어 있지 않았다. 시종들이 갈고리에 관하여 다투는 동안 한 손바닥 너비를 두어 두었던 것이었다.
옥타비아는 그 자국들을 보았으니, 그녀가 늙은 까닭이었으며, 늙은 여인들은 분주한 사람들이 뒤에 두고 가는 것을 봄으로써 살아남는 까닭이었다.
베개 뒤, 침요 위에 웅크려 앉은 어린아이만이 적을 수 있을 만큼 낮은 자리에, 글자들이 무른 회벽 안에 허리띠 죔쇠나 장난감 칼의 끝으로 긁혀져 있었다. 그것들은 들쭉날쭉하였고, 벽에 좁게 눌려 있었으며, 한 단어가 다른 단어 안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었다.
*나는 기억할 것이다.*
옥타비아는 호노리우스가 자기가 그것을 읽었음을 알아채기 전에 시선을 거두었다.
“폐하의 글씨가 늘었사옵니다.” 그녀가 말하였다.
그의 어깨가 굳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엄지를 내려다보았다.
“스승이 너무 세게 누른다 하더이다.”
“스승은 자그마한 일들에 관하여는 종종 옳소이다.”
“큰일들은요?”
“큰일들은 스승들을 두렵게 하옵니다.”
그것은 거의 그에게서 한 어린아이의 답을 끌어낼 뻔하였다. 웃음은 아니었다. 웃음이 아직 허락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신뢰의 시작. 그것은 그의 입에 닿기 전에 사그라졌다.
발걸음이 통로에서 다가와 멎었다. 누군가가 큰 소리로 숨 쉬지 않으리만치 절도 있게 듣고 있었다. 옥타비아는 일어섰다.
“내일 오시(午時)에 다시 폐하를 뵙기를 청하리이다.”
“그들이 허락하겠사옵니까?”
“청하는 것은 허락할 것이옵니다.”
“할마마마.”
그녀는 돌아섰다.
그는 작은 침상 곁에 매우 똑바로 서 있었다. “만일 그들이 새들을 가져간다면, 짐은 다른 새들을 원하지 아니하옵니다.”
“그렇사옵니다.” 그녀가 말하였다. “물론이옵니다.”
바깥의 호위가 한 번 헛기침을 하였다. 신호였으나, 들리도록 의도되었기에 무례하였고, 들어설 용기가 없었기에 약하였다.
옥타비아는 호노리우스에게로 가서 그의 머리칼 위에 손을 얹었다. 그녀는 그에게 입맞추지 않았다. 입맞춤은 감시당하는 어린아이에게 자취를 남기는 법이었다. 그 대신 그녀는 한 가닥 젖은 머리타래를 제자리에 매만지고는, 입에 올리지 않은 한 기도의 길이만큼 손가락을 그 자리에 머무르게 두었다.
통로에서, 헤인 가의 호위들이 옆으로 비켜섰다. 한 사람이 너무 늦게 절을 하였다. 옥타비아는 그것이 흠 없이 때맞추어진 것인 양 그 절을 받아들였다. 서투른 종은 노여움을 두려워하였다. 위험한 종은 두려워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였다.
그녀가 돌아왔을 즈음에는 그녀 자신의 거처가 열려 있었다. 가내 글씨판을 든 두 여인이 서궤 앞에 무릎 꿇고 있었다. 헤인 가의 한 서기관 — 사내였으며 그러므로 가운과 빗 사이에서 눈에 띄게 거북해하던 — 이 손목에 목록 끈을 감은 채 문가에 서 있었다. 그 끈에는 일곱 매듭이 있었다. 누군가가 그것을 영리하다 여겼던 모양이었다.
옥타비아는 서두르지 않고 들어섰다.
“계속하라.” 그녀가 말하였다.
그들은 계속하였다. 침구가 들렸다. 함이 열렸다. 기도서가 등을 잡혀 흔들렸다. 상아 빗이 발견되어 검사되고, 그 무렵이면 빗물에 소매를 적시며 이름 없는 사당으로 길을 가고 있을 한 여인에게 전달되도록 따로 놓여졌다. 옥타비아는 그 일에 대하여 자신에게 한 가닥 사사로운 슬픔을 허락하였다. 그 시녀장은 호노리우스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녀를 섬겨 왔다. 그녀는 어느 잔이 어린 군주의 우유를 너무 빨리 식히지 않는지를 알았다. 그녀는 옥타비아의 예배당 바깥의 어느 마룻장이 부주의한 발 아래에서 불평하는지를 알았다. 그러한 여인들은 대체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다만 부재(不在)에 의해 뒤이어질 뿐이었다.
서기관이 헛기침을 하였다. “폐하, 가내 명령에 따라 모든 흩어진 종이는 베끼기 위하여 인도되어야 하옵니다.”
“그러하면 가내 명령에 따르라.”
그가 시선을 들었으니, 그 수월함에 놀란 까닭이었다. 수월함은 젊은이들을 의심케 하였다. 연륜은 저항을 그것이 무엇인가를 사들일 수 있는 곳에서만 쓰도록 가르쳤다.
그들은 옛 기도들을, 잔치 침구의 목록들을, 둘째 달에 있었던 호노리우스의 기침에 관한 의관의 짧은 글을, 그리고 빗에 관한 세 줄로 이루어진, 누구에게도 부치지 않은 한 통의 미완의 편지를 발견하였다. 서기관은 모든 것을 베꼈다. 그의 손은 끝에 이르러 덜 떨었다. 그는 옥타비아가 굴복하였다고 보고할 것이었다. 그는 믿어질 것이었으니, 빈 서랍과 깨어진 봉인과 그것들 사이에 말없이 서 있는 한 늙은 여인을 그가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떠났을 때, 방은 더 넓어 보였다. 침범은 종종 그러하였다. 그것은 침전에서 그 자그마한 속임수들을 벗겨 내었다. 옥타비아는 불 꺼진 화로 곁에 앉아, 손가락 아래에서 쇠가 따스해질 때까지 자신의 목에 걸린 여덟 모서리 별을 쥐고 있었다.
세베리아는 그 아침을 잘 운영하였다. 그것은 존중을 받을 만하였다. 그녀는 군주 대신 종을 골랐고, 고발 대신 서신을 골랐고, 옥(獄) 대신 침전을 골랐다. 그녀는 모든 수가 변호될 만큼 작고, 이해될 만큼 크게끔 만들어 두었다. 정오 무렵에는 내정이 헤인 가의 여인이 필요한 솜씨를 지녔다고 말할 것이었다. 해질녘에는 잘티스가 한 가닥의 길이 비싸지게 되었음을 알게 될 것이었다.
그들은 다 부분적으로 옳을 것이었다. 조정은 부분적인 진실로써 자기 자신을 위로하였다.
옥타비아는 등받이에 기대고 두 눈을 감았으니, 잠을 자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날을 그 마땅한 차례로 정렬하기 위해서였다. 서신 셋이 잃어졌다. 종 하나가 치워졌다. 어린아이 하나가 옮겨졌다. 할미 하나가 굽힘을 보였다. 만일 그녀가 더 젊었더라면, 그 모욕에 불타올랐을지 모른다. 만일 어리석었더라면, 한 가닥이 막 발견된 그 그물을, 그것을 막 발견한 자들의 면전에서 서둘러 보수하였을지 모른다.
대신에 그녀는 기다렸다.
기다림은 수동(受動)이 아니었다. 성문을 부수는 사내들은 그것을 좀처럼 알지 못하였다. 유아실을 지키는 여인들은 알았다. 어린아이의 열병을 기다려 견디었다. 지아비의 의심을 기다려 견디었다. 신하의 식욕을, 황제의 병을, 성벽 너머의 폭동을, 흉작을, 속삭여진 고발을, 산후 닷새째 — 출혈이 잦아들든지 그러하지 않든지 하는 그 닷새째를 기다려 견디었다. 세상은 행위가 치는 손에 속한다고 믿었다. 옥타비아는 너무 일찍 친 손이 많음을 알 만큼 오래 살아왔다.
해질녘에, 등잔이 다시 켜졌다. 비는 그쳐 있었고, 현무암 마당은 검고 빛났다. 가림막을 친 창 너머 어딘가에서, 종 하나가 흑포 대신들의 저녁 회계 시각을 알렸다. 한때 열의 답을 요하던 자리에서 여섯의 답이 답하였다. 잃어진 넷이 그 소리보다 더 크게 들리는 듯하였다.
종이 하나가 묽은 죽을 가져왔다. 옥타비아는 절반을 마시고 나머지를 물렸다. 또 한 사람이 와서 저녁 송가(誦歌)를 원하시는지를 여쭈었다. 그녀는 사양하였다. 또 한 사람이 와서 상아 빗이 호송과 더불어 보내어졌고, 외성(外城) 문에서 별다른 일 없이 받아들여졌음을 아뢰었다. 옥타비아는 그녀에게 사례하였다.
그러고 나서 한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다.
궁궐에는 천 가지 침묵이 있었으며, 그 가운데 어느 것도 비어 있지 않았다. 그 가운데 하나에서, 사내들이 듣고 있었다. 또 하나에서, 여인들이 소매에 눈물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또 하나에서, 사내아이들이 침상 뒤에 약속을 긁어 넣고 있었다. 옥타비아는 자신에게 정해진 침묵 안에 앉아, 성채가 자기 둘레에서 도는 것을 두었다.
밤 두 번째 시각 무렵, 부드러운 두드림이 그 종복용(從僕用) 문에서 났다.
대문이 아니었다. 예배당 문도 아니었다. 청소부, 등잔 시동, 의관, 그리고 그 이름이 일이 끝난 뒤에야 가내 명부에 올랐던 자들이 쓰던 그 종복용 문이었다.
옥타비아는 곧장 답하지 않았다.
그 두드림이 다시 났다. 두 번, 그러고는 한 번.
그녀는 일어서서 방을 가로질러, 자기 손으로 그것을 열었다.
옥타비아는 가운을 입은 한 사내로부터 작은 칠기 함을 받았으며, 이틀 동안 그것을 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