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대로 초입에 자리 잡은 객잔은 오래된 나무 냄새와 기름 연기, 그리고 사람들이 뱉어 낸 말들이 뒤섞여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처마 끝에 걸린 등롱 하나가 밤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안쪽 벽에 드리운 그림자들이 덩달아 출렁였다. 진연준은 구석 자리에 등을 붙이고 앉아 손가락으로 탁자의 결을 천천히 더듬었다. 손끝에 닿는 나무의 거친 질감이 묘하게 정신을 붙잡아 주는 것 같았다.
탁자 건너편에서는 두 명의 장사꾼이 목소리를 낮추지도 않은 채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북쪽에서 내려온 자들이었다. 한 명은 털외투의 깃을 세운 채 손으로 허공을 그으며 말했다.
"천산 초입에 벌써 눈이 쌓였다고. 내가 지난달에 직접 봤어. 달력으로는 아직 초가을인데 그쪽은 벌써 겨울이야. 말이 발을 빠뜨려서 수레 하나를 버리고 왔다고."
다른 장사꾼이 혀를 찼다. "거기다 식량값이 얼마나 뛰었는지 알아? 곡식 한 말이 작년의 세 배야. 길목마다 마교 놈들이 눈에 띄니까 상인들이 다들 피해 다니는 거지. 그러니 물자가 안 올라가고, 안 올라가니까 값이 뛰고."
진연준은 그 말들이 귓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걸 느끼면서도 눈길은 객잔 안쪽을 훑었다. 젊은 무인들이 여섯, 일곱 명 모여 있었다. 어떤 이는 칼집을 쓰다듬고, 어떤 이는 손목에 묶인 붉은 끈을 만지작거렸다. 그들의 시선은 장사꾼들이 아니라 서로를 향해 있었고, 목소리는 낮지만 열기가 있었다.
"남궁 맹주님의 원수를 갚지 않으면 정파의 체면이 뭐냐."
"현천마교 놈들이 얼마나 기고만장하겠어. 우리가 치고 올라가야지."
진연준은 그 말들을 들으면서도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았다. 남궁도천. 그 이름이 머릿속에서 잠깐 걸렸다. 맹주가 쓰러졌다는 소식이 닿은 날, 청운문 사람들은 밥을 먹다 수저를 내려놓았다. 서문혁은 그날 밤 내내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이 지금의 목소리보다 더 무거웠다는 걸 진연준은 기억했다.
옆에 앉은 묵진로가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장사꾼들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묵진로는 나이가 많았다. 얼굴에 새겨진 주름들은 단순히 세월이 아니라 어떤 구체적인 경험들이 남긴 것처럼 보였다. 그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들었지? 저 장사꾼들 말."
"들었습니다."
"초설이라고 했어. 달력으로 초가을인데 천산은 이미 눈이 쌓였다고." 묵진로는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아?"
진연준은 잠시 생각했다. "겨울이 빠르다는 뜻이겠죠."
"빠른 게 아니야." 묵진로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었다. 그것이 오히려 더 무거웠다. "그 산은 원래 그래. 남쪽 달력으로 가을이어도 천산 안쪽은 이미 겨울이야. 우리가 지금 여기서 출정 계획을 세우는 동안 그 산은 우리의 일정 같은 건 알지도 못하고 눈을 쌓는다고. 식량값이 세 배라고 했지? 그 말은 뭘 의미하는 거야?"
진연준은 입을 다물었다.
"물자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거야. 상인들이 피해 다니니까 보급선이 가늘어진다는 거야. 군대가 올라가면 그 가는 선을 믿고 올라가는데, 선이 끊기면 어떻게 돼?" 묵진로는 잠깐 멈추었다. "내가 젊었을 때 같이 올라갔던 사람이 스물셋이었어. 절반이 현천마교의 검을 보기 전에 쓰러졌지. 길에서, 추위에서, 굶어서."
그 말이 탁자 위에 납처럼 내려앉았다.
객잔 저쪽에서 서문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연준의 사형이었다. 청운문에서 함께 수련한 사이였다. 서문혁은 젊은 무인들 사이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인 채 말하고 있었다. 어깨가 넓고 목소리가 컸다. 그가 말하면 주변이 저절로 조용해지는 편이었다. 진연준이 검을 처음 잡던 시절, 서문혁은 항상 한 발 앞서 있었다. 따라가려 애쓴 것이 몇 해였는지. 그 사람이 가겠다고 하면 진연준은 언제나 따라갔다.
"지금 망설일 때가 아니야. 남궁 맹주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잊었어? 현천마교 놈들이 뭘 했는지. 우리가 칼을 들고 올라가지 않으면 그 죽음이 그냥 죽음으로 끝나는 거야."
무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명이 주먹을 탁자에 내려쳤다.
묵진로가 그 소리를 듣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는 느릿하게 일어섰다. 진연준은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직감했다. 말리고 싶었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묵진로는 서문혁 쪽으로 걸어가 탁자 옆에 섰다. 서문혁이 고개를 들었다. 젊은 무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묵진로에게 쏠렸다.
"천산에 가 본 적 있어?" 묵진로가 물었다.
"나는 있어." 묵진로는 서문혁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십 년 전에. 그때도 지금과 비슷했어. 분노가 있었고, 명분이 있었고, 칼을 든 사람들이 있었지. 그런데 그 산은 칼이 무서운 게 아니야."
그는 손가락을 펼쳐 하나씩 꼽았다. "천산에 들어서면 길이 좁아져. 수레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은 두세 군데밖에 없어. 그 길이 눈으로 막히면 보급이 끊겨. 보급이 끊기면 사람은 굶어. 굶은 사람은 싸우지 못해. 길과 겨울이 먼저 죽인다고."
객잔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젊은 무인 한 명이 불쾌하다는 듯 턱을 굳혔다.
묵진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 진연준 쪽으로 걸어오면서 그의 눈이 잠깐 진연준과 마주쳤다. 그 눈빛에는 설득을 기대하는 기색이 없었다. 다만 어떤 기록을 남기는 사람의 표정이 있었다.
진연준은 그 눈빛을 받으면서 가슴 어딘가가 묘하게 당기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서문혁이 진연준의 탁자 쪽으로 왔다. 그는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내려다보았다.
"저 노인이 하는 말, 너는 어떻게 생각해?"
진연준은 잠시 말을 고르다 입을 열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가지 말라고? 원수를 갚지 말라고?"
"그런 말이 아니에요."
"나는 간다." 서문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너도 같이 가야 해. 우리는 사형제야. 청운문이 이런 때 빠지면 안 되잖아."
진연준은 그 말에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았다. 서문혁은 그 침묵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진연준은 다시 혼자 남았다. 묵진로는 구석 자리에 돌아와 찻잔을 다시 들었다. 장사꾼들은 여전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식량값, 길의 상태, 초설. 그 말들은 객잔 안 어디에도 걸리지 않고 떠다니다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젊은 무인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서문혁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진연준은 탁자 위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이미 식어 있었다.
묵진로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길과 겨울이 먼저 죽인다.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문혁의 말도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궁도천이 죽었다. 그 죽음은 청운문 사람들이 수저를 내려놓게 만든 무게였다. 분노도 실제였다. 명분도 실제였다.
그런데 묵진로가 말한 스물셋도 실제였다. 그중 절반이 적의 검을 보기 전에 쓰러졌다는 것도.
그 두 가지가 진연준의 안에서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느 한쪽을 택하면 다른 쪽의 무언가가 깨질 것 같았다. 서문혁을 따르면 묵진로가 말한 그 절반의 죽음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묵진로의 말을 따르면 사형이 혼자 그 길 위로 올라서는 그림이 지워지지 않았다.
묵진로가 진연준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는 목소리를 더 낮추었다.
"네가 내 말을 듣고 있다는 거 알아." 진연준이 고개를 들었다. 묵진로는 계속했다. "저 친구들은 듣지 않아. 저 젊은 무인들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너는 들었어. 그걸로 충분한 건 아니야. 들은 것과 아는 것이 다르고, 아는 것과 선택하는 것이 또 달라."
"선택이라고요."
"언젠가 너는 선택을 해야 할 거야. 지금이 아니더라도." 묵진로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때 이 말을 기억해라. 길이 먼저야. 겨울이 먼저야. 식량이 먼저야. 그것들을 모르면 칼도, 용기도, 명분도 아무 소용이 없어."
객잔 문이 열렸다.
바깥 공기가 한 줄기 들어왔다. 그리고 그 공기와 함께 한 사람이 들어섰다. 천의맹의 복색을 입은 사람이었다. 손에 두루마리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가 객잔 안을 한 번 훑어보더니 목청을 가다듬었다.
"천의맹 동원령을 전달합니다. 북벌도룡대 편성을 위해 뜻 있는 무인들은 사흘 안에 본산으로 집결하시오."
객잔 안이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젊은 무인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문혁이 명부 쪽으로 주저 없이 다가서는 것이 보였다. 그의 손이 붓을 집어 들었다. 두루마리를 든 사람이 탁자 위에 그것을 펼쳐 놓았다. 이름을 적는 명부였다.
진연준은 그 명부를 바라보았다.
묵진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찻잔을 다시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그 동작이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더 크게 느껴졌다.
진연준은 서문혁의 손이 종이 위를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끝이 탁자 모서리에 걸려 있었다. 바깥 어딘가에서 바람 소리가 들렸다. 객잔의 등롱이 다시 흔들렸다. 그림자들이 출렁였다.
더는 구경꾼으로 남을 자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