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객잔 안에는 어젯밤의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장사꾼들은 이른 새벽에 떠났다. 그들이 앉았던 자리에는 빈 그릇과 식어 버린 차 찌꺼기만 남았다. 하지만 그들이 두고 간 말들은 아직도 공기 속 어딘가에 걸려 있는 것 같았다. 천산의 초설. 식량값이 두 배로 뛴 북쪽 마을들. 이십 년 만에 가장 이른 서리. 그 말들은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사이 객잔 천장 가까이 떠돌다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젊은 무인들은 어젯밤보다 더 많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 밤새 소식을 전했는지, 아침이 되자 어제 얼굴들 사이에 새 얼굴들이 끼어 있었다. 그들은 탁자 두 개를 붙여 앉아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남궁도천의 이름이 반복되었다. 복수라는 말이 반복되었다. 명예라는 말도 반복되었다.
진연준은 창가 쪽 자리에 앉아 그 소리들을 듣고 있었다. 아니, 듣고 있다기보다는 그 소리들이 그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눈은 창문 너머 바깥을 향해 있었다. 서북대로가 보였다. 아직 이른 시각인데도 길 위에는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짐을 진 사람들, 수레를 모는 사람들, 그리고 어딘가로 서둘러 가는 사람들.
묵진로는 어제와 같은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다. 찻잔이 앞에 놓여 있었지만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그는 젊은 무인들의 탁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라보는 것인지, 그저 그 방향을 향해 있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눈이었다. 어젯밤 그 눈이 이십 년 전 천산을 보고 있었던 것처럼, 지금도 그 눈은 지금 이 자리가 아닌 다른 어딘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다르다." 서문혁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천의맹 전체가 나서는 거야. 북벌도룡대라는 이름까지 붙였어. 우리가 선봉에 서면 그 이름이 역사에 남는 거라고."
누군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주먹을 탁자에 가볍게 내려쳤다. 그 소리가 작았는데도 진연준의 귀에는 크게 들렸다.
그는 창문에서 눈을 거두었다. 그리고 묵진로를 보았다.
묵진로는 움직이지 않았다. 찻잔도 들지 않았다. 그저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 앉아 있음이 어떤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어젯밤 그가 서문혁에게 걸어가 이십 년 전 이야기를 꺼냈을 때의 그 무게. 천산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길이 어떻게 사람을 죽이는지를 이야기했을 때의 그 무게. 그 무게가 지금도 그의 몸에 그대로 얹혀 있는 것 같았다.
진연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객잔 안을 가로질러 묵진로의 탁자 앞에 섰다.
묵진로가 눈을 들었다.
"앉게." 묵진로가 말했다.
진연준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있었다. 젊은 무인들의 목소리가 배경처럼 깔려 있었다. 그 목소리들은 계속 높아지고 있었다.
"어제 하신 말씀이요." 진연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십 년 전에 천산에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이야기."
묵진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때 몇 명이었습니까?"
묵진로는 잠시 찻잔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출발할 때 삼백이 넘었어. 돌아온 건 마흔이 채 안 됐고."
진연준은 그 숫자를 입속에서 굴렸다. 삼백. 마흔. 그 사이의 숫자가 사람이었다.
"적에게 죽은 거요?"
"절반도 안 돼." 묵진로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더 무거웠다. "길에서 죽었어. 겨울에 죽었어. 굶어서 죽었어. 발이 썩어서 죽은 놈도 있었고, 강을 건너다 떠내려간 놈도 있었어. 천산은 칼을 들지 않아도 사람을 죽이거든."
진연준은 창가 쪽 탁자를 슬쩍 보았다. 서문혁이 종이 위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 이름인 것 같았다. 명부였다. 북벌도룡대 선봉 명부.
"그걸 알면서도." 진연준이 말했다. 말을 잇지 못하고 멈췄다.
"그걸 알면서도 왜 아무도 안 듣냐고?" 묵진로가 그의 말을 받았다. 그리고 쓴웃음 같은 것을 지었다. 웃음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쓴 표정이었다. "사람들은 숫자를 영웅담으로 듣지 않아. 삼백이 마흔으로 줄었다는 말은 그냥 숫자야. 하지만 맹주가 죽었다는 말은 이야기가 되거든. 이야기에는 불이 붙지만 숫자에는 불이 안 붙어."
진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묵진로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젯밤 이 객잔에서 그는 그것을 보았다. 장사꾼들이 식량값 이야기를 할 때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남궁도천의 죽음이 전해졌을 때 모든 사람이 일어섰다.
"선생님은요." 진연준이 물었다. "그때 어떻게 살아 돌아오셨습니까?"
묵진로는 잠시 창밖을 보았다. 서북대로. 아직 길 위에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길을 알았거든." 묵진로가 말했다. "싸움을 잘해서가 아니야. 길을 알았어. 어디서 물을 구할 수 있는지, 어디서 바람을 피할 수 있는지, 얼마를 걸으면 발이 망가지는지. 그리고 언제 돌아서야 하는지."
"언제 돌아서야 하는지."
"그게 제일 어려워." 묵진로가 말했다. "돌아서면 겁쟁이가 되거든. 그게 두려워서 사람들이 계속 가. 그러다 죽어."
그때 서문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연준아."
진연준이 고개를 돌렸다. 서문혁이 그를 보고 있었다. 명부가 탁자 위에 펼쳐져 있었다. 붓이 서문혁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리 와봐."
진연준은 잠시 묵진로를 보았다. 묵진로는 찻잔을 들었다. 그것이 어떤 신호인지 진연준은 알 수 없었다. 가라는 것인지, 가지 말라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차를 마시는 것인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문혁 쪽으로 걸어갔다.
"청운문 이름으로 올라가는 거야." 서문혁이 말했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우리 문파에서 선봉대에 이름을 올리지 않으면 나중에 뭐라고 하겠어. 맹주가 돌아가셨는데."
진연준은 명부를 내려다보았다. 빈칸이 하나 있었다. 서문혁이 붓을 내밀었다.
"사형." 진연준이 말했다. "어제 선생님이 하신 말씀 들으셨잖습니까."
"들었어." 서문혁의 목소리가 조금 딱딱해졌다. "그 노인장이 이십 년 전에 겪은 일이잖아. 지금은 달라. 이번에는 천의맹이 전력을 다하는 거야. 보급도 다르고, 인원도 다르고."
"뭐가 다릅니까?"
"이름이 다르잖아." 서문혁이 말했다. "북벌도룡대야. 맹주의 원수를 갚겠다는 이름이야. 그 이름 아래 모이는 사람들의 각오가 다르다고."
진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각오가 다르면 길이 달라지는 것인지, 각오가 다르면 겨울이 달라지는 것인지, 그런 말들이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꺼내지 않았다.
"사형이 이미 이름을 올리셨잖습니까." 진연준이 말했다. 그것만 말했다.
"그래서 네 이름도 올리자는 거야." 서문혁이 말했다. "같은 문파야. 내가 선봉에 서는데 사제가 뒤에 있으면 안 되잖아."
진연준은 붓을 받지 않았다. 서문혁의 손에서 붓이 그대로 허공에 들려 있었다.
주변의 젊은 무인들이 그들을 보고 있었다. 그 시선들이 진연준의 등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무언의 압력이었다. 이름을 올려라. 같은 편에 서라. 겁쟁이가 되지 마라. 그 시선들이 말하는 것은 그런 것들이었다.
진연준은 다시 묵진로를 보았다.
묵진로는 여전히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다. 찻잔을 손에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쪽을 보고 있었다. 직접 바라보는 것은 아니었다. 시선이 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에는 어젯밤과 같은 것이 있었다. 이십 년 전 천산의 무게. 삼백에서 마흔으로 줄어든 숫자의 무게.
진연준은 그 눈을 보았다. 그리고 서문혁을 보았다. 서문혁의 눈은 뜨거웠다.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남궁도천 맹주의 죽음이 그 눈에 불을 붙인 것 같았다. 그 불은 진짜였다. 진연준은 그것을 알았다. 서문혁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의리도 진짜였고, 그 결기도 진짜였다.
그것이 더 어려웠다.
둘 다 진짜이기 때문이었다. 묵진로의 이십 년 전 기억도 진짜였고, 서문혁의 지금 이 결기도 진짜였다. 그런데 두 개의 진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았다.
진연준은 붓을 받지 않은 채 서문혁 옆에 앉았다. 명부를 앞에 두고.
"조금만요." 진연준이 말했다. "조금만 더 생각하겠습니다."
객잔 안의 목소리들은 계속되었다. 복수. 명예. 선봉. 북벌도룡대. 그 말들이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장사꾼들이 두고 간 식량값과 초설 이야기는 그 말들 아래 완전히 가라앉아 버렸다.
창밖에서 바람이 불었다. 서북대로의 먼지가 일어났다. 북쪽 방향이었다.
그리고 그 바람 속에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냄새인지, 감각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차가웠다. 계절보다 이른 차가움이었다.
진연준은 그것을 느끼면서 명부를 내려다보았다. 빈칸. 서문혁의 이름 아래, 같은 문파 사람들의 이름 아래, 그 빈칸 하나가 남아 있었다.
묵진로가 구석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진연준 쪽으로 걸어오지 않았다. 대신 창문 쪽으로 갔다. 창문 너머 서북대로를 보았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진연준에게 들릴 만큼만, 말했다.
"올라갈 거라면 하나만 기억해."
진연준이 고개를 들었다.
"살아 돌아오는 길부터 봐. 올라가는 길 말고."
그것이 전부였다. 묵진로는 더 말하지 않았다. 창문 너머를 보고 있었다. 그의 등이 진연준을 향해 있었다.
진연준은 명부와 묵진로의 등과 서문혁의 손을 번갈아 보았다. 어느 쪽도 그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쪽도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밖에서 바람이 다시 불었다.
객잔 문이 조금 열렸다가 닫혔다.
등롱이 흔들렸다.
진연준의 손이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빈칸 옆에. 붓은 아직 서문혁의 손에 있었다. 아니면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진연준은 그것을 집어 들지 않았다. 아직은.
새벽이 되기 전까지 마감이 있었다. 명부의 빈칸은 이제 진연준의 이름 하나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밤이 깊어질수록 더 무거워질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