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조언

EP.6 계산서를 펼친 책사

장례청 마당 안쪽에서 곡소리가 들렸다. 낮고 길게 이어지는 소리였는데, 진연준이 처음 그 소리를 들은 것은 동이 트기 전이었다. 해가 중천에 걸린 지금도 소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마당 바깥, 천의맹 본산과 남궁세가 장례청을 잇는 너른 길목에서는 그 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진연준은 담장 근처에 서 있었다. 담장 안쪽에서 흰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고, 담장 바깥쪽에서는 무인들이 무리를 지어 서 있었다. 무인들의 얼굴에는 슬픔이 없었다. 정확히는, 슬픔이 없는 것이 아니라 슬픔이 다른 것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 "현천마교를 쳐야 합니다." 목소리가 들렸다. 진연준이 고개를 돌렸다. 말을 한 사람은 서른 남짓 되어 보이는 무인이었는데, 그 주위에 서너 명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맹주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그 죽음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또 다른 목소리가 받았다. 더 높고 더 빠른 목소리였다. "그냥 두면 안 되죠. 당연히 안 되지. 우리가 이대로 물러서면 맹주의 죽음이 뭐가 됩니까." 진연준은 그 무리를 한참 바라보았다. 남궁도천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에서 진연준이 듣는 것은 슬픔이 아니었다. 남궁도천의 죽음은 이미 슬픔의 언어에서 벗어나 다른 무언가로 옮겨가고 있었다. 더 크고, 더 뜨겁고, 더 빠른 무언가로. "저게 다 진심이야." 서문혁이 낮게 말했다. "맹주께서 돌아가셨으니까." "진심이라는 건 압니다." 진연준이 말했다. "그런데." "그런데가 있습니다." 담장 바깥에서 무리의 중심에 있는 사람을 진연준은 알아보았다. 조윤백이었다. 천의맹 실무를 오래 맡아온 사람이었는데, 그가 지금 상복을 입은 채로 무인들 사이를 걷고 있었다. 상복 소매가 흔들릴 때마다 그 주위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진연준은 조윤백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으려 했다. 거리가 있어서 정확하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남궁도천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 이름이 나올 때마다 무리 안에서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남궁도천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보다 그 죽음을 이용해 누군가를 몰아세우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 진연준은 그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사형." 진연준이 말했다. "뭐야." "저쪽으로 가실 겁니까." "어차피 우리도 같은 마음 아니야. 현천마교를 그냥 둘 수 없다는 건." 진연준은 서문혁을 보았다. 서문혁의 얼굴에 있는 것은 진심이었다. 그것만은 분명했다. 그러나 진심이라는 것이 항상 옳은 방향을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것을, 진연준은 이제 조금씩 알기 시작하고 있었다. "가시기 전에 잠깐만요." 진연준이 말했다. "저는 지금 장례청 뒤편 보급선 쪽으로 가볼 생각입니다. 제갈원 선생이 거기 있을 것 같아서요." "그 사람이 왜 거기 있어." "그분이 뭔가를 확인하러 갔다고 했습니다." "빨리 와." 진연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장례청 담장을 따라 안쪽으로 걸어갔다. 장례청 뒤편은 앞마당과 달리 조용했다.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몇 명 지나쳤지만 그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보급선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장례청 건물 옆에 붙어 있는 창고 구역이었다. 원정 준비를 위해 물자를 모아두는 임시 공간이었는데, 진연준이 그쪽으로 걸어가자 창고 입구 앞에 제갈원이 서 있었다. 제갈원은 두꺼운 종이 묶음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 종이들을 들여다보는 그의 표정은 진연준이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조용한 종류의 걱정이었다. "선생님." 진연준이 불렀다. 제갈원이 고개를 들었다. "왔소." "뭘 보고 계십니까." 제갈원은 손에 든 종이 묶음을 진연준 쪽으로 조금 내밀었다. 진연준이 다가가서 보았다. 숫자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인원수와 그에 대응하는 수량들이었다. "군량표요." 제갈원이 말했다.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오. 초안이라고 해야겠지. 그런데 이 초안만 봐도." 그는 말을 멈췄다. 진연준이 숫자들을 훑었다. 정확한 계산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두 줄을 대조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원이 적힌 줄과 곡식이 적힌 줄이 비율이 맞지 않았다. "지도는요." 진연준이 물었다. "없소." "없다는 게."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오. 북쪽 길에 대한 지도가 여러 종류 있는데 어느 것이 최근 것인지도 불분명하고, 계절에 따른 통행 가능 여부를 기록한 문서는 아예 없소." 진연준은 창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창고 안에는 수레 몇 대가 있었고, 수레 위에 짐이 올려져 있었다. 그러나 수레의 수에 비해 짐이 적었다. 덮개가 덮여 있는 것도 있었지만, 진연준이 보기에 덮개 아래가 비어 있을 것 같은 수레도 있었다. "앞마당에서는 지금 출정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연준이 말했다. "알고 있소." 제갈원이 말했다. "조윤백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도."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갈원은 손에 든 종이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그러더니 천천히 말했다. "지도도 없고 군량표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정하면 어떻게 되겠소." 그것은 질문이었지만 답을 요구하는 질문은 아니었다. 진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윤백은 지금 저 앞마당에서 맹주의 죽음을 말하고 있을 것이오. 그 죽음이 어떻게 쓰이는지 보았소?" "보았습니다." "슬픔이 분노로 바뀌고, 분노가 명분으로 바뀌고, 명분이 동원령으로 바뀌는 것이오. 그 순서가 빠를수록 숫자를 볼 시간이 없어지는 것이고." 제갈원이 종이 묶음을 접어 품 안에 넣었다. "내가 이것을 가지고 나가서 말해도 아무도 듣지 않을 것이오. 지금 이 분위기에서는." "그래도 말씀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말해야 하는 것은 맞소." 제갈원이 말했다. "그러나 말한다고 해서 들린다는 보장은 없소. 그 차이를 알아야 하오." 진연준은 창고 앞에 서서 제갈원을 보았다. 제갈원의 얼굴에는 포기가 없었다. 그러나 기대도 없었다. 그것은 진연준이 묵진로에게서 본 것과 비슷한 표정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의 표정. "나가겠습니다." 진연준이 말했다. "어디로." "앞마당으로요. 선생님이 말씀하시면 저도 옆에 있겠습니다." 제갈원이 진연준을 보았다. 그러더니 짧게 말했다. "같이 가겠소." 두 사람이 창고 구역을 빠져나와 다시 장례청 앞마당 쪽으로 걸었다. 앞마당에는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조윤백이 여전히 무리 가운데 있었고, 그 주위로 사람들이 점점 더 가까이 붙어들고 있었다. 진연준은 서문혁을 찾았다. 서문혁은 조윤백으로부터 두어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그 얼굴에는 열기가 있었다. 아까 진연준과 이야기할 때와는 다른 얼굴이었다. 제갈원이 무리 가장자리로 다가갔다. 진연준이 따라갔다. 조윤백의 목소리가 이제 가까이서 들렸다. "맹주께서 목숨을 잃으신 것이 헛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움직여야 합니다. 천의맹이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현천마교 앞에서 물러서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무리에서 동의하는 소리가 났다. 제갈원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조 선생." 제갈원이 불렀다. 조윤백이 고개를 돌렸다. 무리도 고개를 돌렸다. "군량표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지도도 없습니다. 이 상태에서 출정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잠깐 침묵이 흘렀다. 조윤백이 웃었다. 웃음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표정이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웃음이었다. "제갈 선생." 조윤백이 말했다. "지금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아십니까. 맹주께서 돌아가신 날입니다. 그 슬픔 앞에서 군량표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무리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났다. "군량표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갈원이 말했다.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사람이 죽는 이야기입니다. 준비 없이 북쪽으로 가면 사람이 죽습니다. 적의 칼에 죽기 전에 길 위에서 죽습니다." "겁 많은 말씀 하시는군요." 조윤백이 말했다. "겁이 아닙니다." 제갈원이 말했다. "숫자입니다." "숫자." 조윤백이 그 말을 받아서 무리를 향해 말했다. "숫자가 우리를 막는다고 합니다. 맹주의 죽음 앞에서 숫자를 들고 나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무리의 웅성거림이 더 커졌다. 진연준은 그 장면을 보았다. 제갈원이 말하는 것은 옳았다. 그리고 조윤백이 하는 것도 진연준은 보고 있었다. 제갈원의 말이 옳다는 것이 이 자리에서 아무 힘이 없다는 것도. "연준아." 서문혁이 낮게 말했다. "제갈 선생이 틀린 말을 하는 건 아닌데." "그렇죠."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서는." "저도 압니다." "그러면." 진연준은 서문혁을 보았다. 서문혁의 눈에는 진연준이 무언가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진연준이 지금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묵진로의 말이 생각났다. 길과 겨울, 식량의 숫자. 그 말은 진연준의 귀 안에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이 지금 이 마당에서 힘을 가질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제갈원이 다시 말하려 했다. 그러나 조윤백이 먼저 무리를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북벌도룡대를 꾸릴 것입니다. 맹주의 뜻을 이어받아 현천마교를 칠 것입니다. 함께하실 분들은 이름을 올려주십시오." 무리에서 박수 소리가 났다. 제갈원이 조용히 물러섰다. 진연준이 그 옆으로 갔다. "선생님." "알고 있소." 제갈원이 말했다. "그래도 말해야 했소." "네." "들리지 않아도 말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오." 진연준은 그 말을 들었다. 들리지 않아도 말해야 할 때. 진연준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완전히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한 말이라는 것은 알았다. "연준아." 서문혁이 말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진연준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례청 안쪽에서 다시 곡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더 낮고 더 오래 이어지는 소리였다. 그 소리가 담장을 넘어오는 동안, 담장 바깥에서는 북벌도룡대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저는." 진연준이 말했다. "제갈원 선생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이 자리에서 무슨 힘을 가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진연준은 조윤백이 있는 쪽을 보았다. 조윤백 주위로 사람들이 더 붙어들고 있었다. 이름을 올리는 사람들이었다. 그 이름들이 하나씩 모이는 것을 보면서 진연준은 묵진로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길과 겨울이 먼저 사람을 죽인다. 그 말이 지금 이 마당에서 아무 힘이 없다는 것을 진연준은 알았다. 그러나 그 말이 틀리다는 것은 알 수 없었다. 제갈원이 진연준의 팔에 손을 얹었다. 가볍게 얹은 손이었다. "이 종이를 보관해두시오." 제갈원이 품에서 종이 묶음을 꺼내 진연준에게 건넸다. "나중에 필요할 것이오." 진연준이 종이를 받았다. 숫자들이 빼곡한 그 종이를 진연준은 접어서 품 안에 넣었다. "나중에요." 진연준이 말했다. "그렇소." 제갈원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진연준도 말하지 않았다. 서문혁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조윤백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 발걸음이 완전히 확신에 찬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멈추는 것도 아니었다. 진연준은 서문혁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제갈원을 보았다. 그리고 조윤백이 있는 쪽을 보았다. 묵진로의 숫자와 서문혁의 열기, 제갈원의 계산. 진연준은 그 셋 사이 어딘가에 서 있었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어느 쪽에 서야 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해가 조금 기울었다. 장례청 담장에 그림자가 길게 뻗었다. 그 그림자가 마당을 가로지르는 동안, 조윤백 쪽에서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선봉 명단을 공표합니다." 장례가 끝나기도 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