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청 앞마당에는 향 연기가 낮게 깔려 있었다. 남궁도천의 위패가 모셔진 전각 앞으로 흰 포가 늘어져 있었고, 그 아래 무릎을 꿇은 사람들의 어깨가 바람에 흔들렸다. 그러나 진연준이 서 있는 자리에서 들리는 소리는 울음이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물러서자는 말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맹주께서 저 북쪽 땅에서 돌아가셨는데."
목소리는 전각 왼편에서 왔다. 조윤백이었다. 그는 상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에는 슬픔보다 다른 무언가가 먼저 실려 있었다. 무게라고 하기에는 너무 날카롭고, 분노라고 하기에는 너무 정돈된 무언가였다. 그의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장례에 온 문파 대표들, 아직 이름 없는 젊은 무인들, 그리고 이미 눈빛이 굳어진 몇몇 선봉대 후보들.
"맹주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 없습니다." 조윤백이 다시 말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분명합니다."
박수 소리가 났다. 짧고 단호한 박수였다. 진연준은 그 박수 소리를 들으며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전각 안에서는 아직 독경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향 연기가 더 짙어졌다.
진연준은 생각했다. 남궁도천이 어떻게 죽었는지, 그 죽음이 어떤 경위로 이루어졌는지, 지금 이 자리에서 그것을 묻는 사람은 없었다. 묻는 것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것을 묻는 순간 다른 무언가가 흔들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흔들림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지금 이 마당을 채우고 있었다.
장례청 옆 좁은 통로를 지나면 보급 창고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다. 진연준은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제갈원이 거기 있었다. 그는 통로 한쪽 벽에 기대어 얇은 종이 묶음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진연준이 다가가자 제갈원이 고개를 들었다.
"앞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던가요." 제갈원이 먼저 말했다. 물음이 아니었다.
"조윤백 어른이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그렇겠지요." 제갈원은 종이를 접었다. "나도 아까 들어갔다가 나왔소. 말이 통하지 않는 자리였소."
진연준은 제갈원의 손에 들린 종이를 보았다.
"그게 군량표입니까."
"군량표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것이오." 제갈원이 말했다. "지도는 아직 갱신이 안 되었고, 군량표는 지난 봄 기준이오. 북쪽 길의 상태가 그 뒤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아무도 조사하지 않았소. 그런데 출정 날짜를 잡자는 말이 나오고 있소."
"말씀드려 봤습니까."
"말했소." 제갈원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조윤백은 겁 많은 소리라고 했소. 지금 이 자리에서 그런 계산을 꺼내는 것이 맹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했소."
진연준은 그 말을 들었다. 맹주에 대한 예의. 그 말이 어떻게 쓰이는지 진연준은 이제 조금씩 알아 가고 있었다. 그것은 슬픔의 언어가 아니었다. 그것은 계산을 멈추게 하는 언어였다.
"지도와 군량표 없이 어디까지 갈 수 있겠습니까." 진연준이 말했다.
"글쎄요." 제갈원이 통로 끝을 바라보았다. "운설령까지는 갈 수 있을 것이오. 그 너머는 모르오. 아무도 모르오. 그게 문제요."
진연준은 창고 쪽으로 눈을 돌렸다. 창고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안에는 수레 몇 대가 서 있었다. 수레 위에 짐이 올려져 있었지만 어제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덮개 아래가 비어 있을 것 같은 수레가 여전히 거기 있었다.
"저 수레들이 채워지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을 것이오." 제갈원이 말을 끊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아무도 그것을 채우는 일에 관심이 없소. 모두 앞마당에 있소."
진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갈원도 잠시 침묵했다. 통로 끝에서 조윤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들의 호응 소리가 함께였다.
저녁이 되자 장례청 안마당에 화롯불이 피워졌다. 독경은 끝났고, 조문을 마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진연준은 그 안쪽 끝에 서 있었다. 서문혁이 다가왔다.
"연준아."
"사형."
"제갈원 선생이 또 표 이야기를 하던가."
"네."
"그 사람 말이 틀린 건 아니야." 서문혁이 말했다. "나도 알아. 준비가 덜 되었다는 것도 알아. 그런데 연준아, 지금 이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알고 있습니다."
"맹주가 돌아가셨어. 현천마교한테. 우리가 지금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은 맞아.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인데."
진연준은 서문혁을 보았다. 서문혁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이 진연준을 더 힘들게 했다. 서문혁이 틀렸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은 서문혁이 완전히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천마교의 위협은 실재했다. 남궁도천의 죽음은 실재했다. 그 분노도 실재했다.
그러나 제갈원이 들고 있던 종이도 실재했다. 지난 봄 기준의 군량표. 갱신되지 않은 지도. 채워지지 않은 수레.
"사형." 진연준이 말했다. "제갈원 선생이 틀렸다고 생각하십니까."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러면."
"그러면이라고 해도." 서문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 말을 꺼내는 것은 다른 문제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잖아. 겁쟁이 소리 듣는 거야. 맹주 죽음 앞에서 계산이나 한다는 소리 듣는 거야."
진연준은 그 말을 들었다. 겁쟁이 소리. 그 두 글자가 얼마나 많은 것을 멈추게 하는지, 진연준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안마당 반대편에서 제갈원이 보였다. 그는 혼자 앉아 있었다.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였다. 그의 손에는 아직 종이 묶음이 들려 있었다. 아무도 그쪽을 보지 않았다.
진연준은 서문혁과 제갈원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조윤백이 있는 쪽을 보았다. 조윤백은 지금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주위 사람들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 굳어진다는 것은 결심이 서고 있다는 뜻이었다.
묵진로의 말이 떠올랐다. 객잔에서 들었던 그 말. 길과 겨울, 식량의 숫자. 그 말이 지금 이 자리에서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 들리지 않았다.
진연준은 서문혁의 뒷모습을 보았다. 서문혁은 다시 무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걸음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이미 방향이 정해진 사람의 걸음이었다.
진연준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묵진로의 숫자와 서문혁의 열기, 제갈원의 계산. 셋이 모두 이 마당 안에 있었다. 그리고 셋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진연준은 그 셋 사이 어딘가에 서 있었고, 어느 쪽도 쉽게 고를 수가 없었다.
밤이 깊어지자 화롯불이 낮아졌다. 독경 소리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진연준은 장례청 담장 옆 그늘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눈이 조금 감기려 할 때, 발소리가 들렸다.
"연준아, 자고 있었어?"
"아닙니다."
"나 아까 조윤백 어른한테 얘기 들었어." 서문혁이 말했다. "선봉 명단 이야기."
진연준이 고개를 들었다.
"벌써요?"
"응. 장례가 끝나기 전에 명단을 짜겠다고 하더라고." 서문혁의 목소리에 무언가가 실려 있었다. 기대인지 불안인지 진연준은 구분하기 어려웠다. "북벌도룡대라는 이름을 쓴다고 했어. 정식으로."
북벌도룡대. 그 이름이 진연준의 귀에 들어왔다. 이름이 붙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연준은 알고 있었다. 이름이 붙으면 그것은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이름이 붙으면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것이 되었다.
"언제 발표한다고 했습니까."
"내일." 서문혁이 말했다. "장례가 끝나기 전에."
진연준은 하늘을 보았다. 별이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낮게 깔려 있었다.
장례가 끝나기 전에 명단이 공표된다. 그것은 슬픔이 채 마르기도 전에 다음 전쟁이 시작된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이 죽음이 애도되기 전에 다음 죽음을 위한 명분이 된다는 뜻이었다.
진연준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문혁의 얼굴을 보았다. 서문혁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 안에 무엇이 있는지, 진연준은 다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것이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그 안에는 슬픔도 있었고, 어쩌면 두려움도 있었다. 다만 그것들이 지금 이 자리에서는 복수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담장 너머 어딘가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향 연기의 냄새가 아직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