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무장 위로 함성이 터질 때마다 진연준의 시선은 그 소리를 따라가지 못했다.
천의맹 집결 막사 앞 넓은 연무장에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가득 찼다. 선봉대에 이름을 올린 무인들이 두 패로 나뉘어 검세를 겨루고 있었고, 구경하는 자들은 저마다 박수를 치거나 이름을 불렀다. 공기 속에는 기름 냄새와 땀 냄새, 그리고 누군가 피워 올린 향 연기가 뒤섞여 있었다. 북벌도룡대라는 이름이 붙은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보이냐."
진연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연무장 뒤편 담 너머를 향하고 있었다. 그쪽에는 군량 수레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어야 했다. 그런데 수레의 수가 이상했다. 진연준은 어제 제갈원에게서 건네받은 장부의 숫자를 머릿속으로 다시 꺼냈다. 출정 인원 사백여 명. 말 백이십 필. 보름치 식량이면 최소 수레 서른 대가 필요했다. 그런데 담 너머로 보이는 수레는 스무 대가 채 되지 않았고, 그나마 절반은 짐이 얹혀 있지 않았다.
"저기 봐." 진연준이 나직이 말했다.
"수레?"
"비어 있어."
"채우겠지. 출발 전에."
"언제 채운다는 말이야."
진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무장 안에서는 또다시 함성이 솟았다. 두 사람이 겨루던 검이 한쪽 손에서 떨어졌고, 이긴 쪽이 팔을 들어올리자 사람들이 환호했다. 진연준의 귀에는 그 소리가 멀게 들렸다.
쌓여야 할 것은 곡식과 말사료였다. 그런데 아무도 그것을 명예로 세지 않았다.
집결지는 무공 시연과 충성 맹세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칼을 갈고, 결의를 다지고,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것은 모두 진심이었다. 그러나 진연준은 그 진심 속에서 빠진 것들의 목록을 계속 세고 있었다. 염장. 말먹이. 예비 수레바퀴. 동상 치료에 쓸 기름. 북쪽 길에서 사흘을 버틸 땔감.
그것들이 없으면 칼도 없는 것이었다.
보급선 쪽으로 가는 길은 연무장 옆 좁은 통로를 거쳐야 했다. 진연준은 그쪽으로 발을 옮겼다. 서문혁이 뒤에서 불렀지만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통로를 빠져나오자 집결 막사 인근 보급선이 펼쳐졌다. 창고 건물 세 채가 나란히 서 있었고, 그 앞에 수레들이 세워져 있었다. 제갈원이 그중 하나의 짐칸을 열어 들여다보고 있었다. 손에 작은 장부를 들고 있었다.
진연준이 다가갔다.
"선생님."
제갈원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오전부터 이미 지친 기색이 있었다.
"왔소."
"얼마나 비었습니까."
제갈원은 장부를 펼쳐 진연준에게 보여 주었다. 숫자들이 빼곡했다. 진연준은 천천히 읽었다. 쌀 사십 석 예정, 실제 확인 이십이 석. 염장 열여섯 항아리 예정, 실제 여섯. 말먹이 건초 예정 분량 대비 실제 사분의 일.
"이게 지금 상황이오." 제갈원이 말했다. "출발 전에 채운다고 하지만, 어디서 이걸 이틀 안에 채운다는 건지 나는 모르겠소."
"조윤백 어른은 뭐라고 합니까."
제갈원이 짧게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 숨을 내뱉는 것에 가까웠다.
"나중에 채우면 된다고 하더이다. 지금 중요한 건 사기라고. 숫자 따지는 사람이 사기를 꺾는다고."
진연준은 고개를 들어 창고 건물들을 바라보았다. 창고 문이 열려 있었다. 안이 훤히 보였다. 비어 있었다.
"출발이 사흘 뒤라고 했습니다."
"그렇소."
"사흘 안에 이걸 채울 수 없습니다."
"알고 있소."
"그러면."
"그러면." 제갈원이 다시 장부를 내려다보았다. "가는 거요. 채우지 못한 채로."
진연준은 그 말을 들은 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제갈원이 종이 위에 뭔가를 적었다. 붓이 움직이는 소리가 조용한 보급선 위로 들렸다. 진연준의 눈에는 수레들이 들어왔다. 빈 짐칸. 덮개가 덮여 있지 않은 수레. 바퀴가 이미 낡아 있는 수레.
"선생님은 이 숫자를 위에 올렸습니까."
"올렸소."
"반응이."
"사기를 꺾지 말라고 했소."
진연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것을 확인하는 움직임이었다. 그는 다시 장부를 보았다. 숫자들이 눈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십이 석. 여섯 항아리. 사분의 일.
"보름 안에 바닥납니다."
"열흘이오." 제갈원이 말했다. "빠르면 열흘."
진연준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연무장 쪽에서 다시 함성이 들렸다. 바람이 불었고, 그 바람 속에 누군가가 외치는 이름들이 섞여 있었다. 영광. 복수. 북벌. 그 말들이 보급선 위로 흘러왔지만, 이쪽 공기는 다른 냄새를 품고 있었다. 빈 창고의 냄새였다.
야영지는 막사 뒤편에 있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막사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낮 동안의 무공 시연이 끝나고 저녁 점호 전 잠깐의 틈이 생긴 시간이었다. 진연준은 야영지 한쪽 구석의 작은 불 앞에 앉아 있었다. 제갈원이 옆에 있었고, 조금 뒤에 화연주가 약 상자를 들고 왔다.
화연주는 말없이 상자를 내려놓고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상자 안에는 여러 가지 약재가 들어 있었는데, 그녀의 손이 하나씩 꺼내 확인하고 다시 집어넣었다.
"동상 치료 연고가 이것밖에 없어요." 화연주가 말했다. 혼잣말처럼 했지만 진연준에게 하는 말이었다.
"얼마나요."
"열 명 치료하면 없어요. 북쪽에 가면 동상 환자가 열 명으로 끝나지 않아요."
"신청했습니까."
"했죠. 나중에 보급된다고 했어요."
진연준은 제갈원을 보았다. 제갈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이야기였다.
화연주가 다시 상자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손이 멈췄다.
"보이지 않는 곳이 먼저 무너져요."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다들 칼을 갈고 있는데, 저는 연고가 부족한 게 먼저 보여요. 해열제가 절반밖에 없는 게 보여요. 행군 중에 열이 나면 어떻게 할 건지 아무도 얘기를 안 해요."
제갈원이 그 말을 받았다. "같은 말을 나도 하고 싶었소."
그때 서문혁이 왔다. 그는 야영지를 가로질러 오면서 이미 세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고, 그 분위기를 읽었다. 그는 불 앞에 서서 잠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또 그 이야기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겁쟁이와 준비하는 사람은 다릅니다." 진연준이 말했다.
"지금 그게 구분이 되는 상황이야?" 서문혁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그러다 그가 스스로 낮췄다. "연준아. 나는 네 말이 틀렸다는 게 아니야.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서, 출정 사흘 전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흔들려. 그게 더 위험해."
"흔들리지 않으면 죽어요." 화연주가 말했다.
"지금 흔들리지 않으면 나중에 눈 속에서 죽어요." 화연주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안에 무언가가 단단히 박혀 있었다. "저는 사람 치료하는 사람이에요. 칼에 맞아 죽는 사람보다 추위에 죽고, 굶어 죽고, 열이 나서 죽는 사람이 더 많아요. 그 사람들을 제가 살려야 하는데, 지금 제 손에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야."
"더 달라고 해야죠." 진연준이 말했다.
"이미 말했잖아. 안 된다고 했잖아."
"다시 해야죠."
"불길한 소리 하지 마." 그가 낮게 말했다. "그 말은 취소 못 해."
"불길한 게 아니에요." 화연주가 말했다. "그냥 사실이에요."
제갈원이 조용히 말했다. "나는 내일 다시 올릴 것이오. 아무리 밀려도."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진연준이 말했다.
"같이 겁쟁이 소리 들을 셈이오?"
"들어야 하면 듣겠습니다."
제갈원이 그를 보았다. 긴 시간 동안 보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고개 끄덕임에는 단순한 동의보다 무거운 것이 들어 있었다. 진연준은 그것을 느꼈다.
불이 타고 있었다. 야영지 안에서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웃음소리도 있었다. 누군가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북쪽으로 가는 길을 노래한 것 같았다. 진연준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 보급선 쪽을 다시 생각했다. 빈 수레들. 비어 있는 창고. 절반밖에 없는 해열제.
그것들이 그 노래 소리 사이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해가 완전히 기울었을 때 소리가 들렸다. 집결지 중앙 쪽에서였다. 사람들이 모이는 소리였고, 누군가 높은 곳에 서서 말하는 소리였다. 진연준은 일어섰다.
연무장 끝자락 쪽으로 사람들이 몰려가고 있었다. 진연준도 그쪽으로 걸었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앞으로 나가지는 않았다. 뒤에서 보았다.
조윤백이 단 위에 서 있었다. 그의 뒤로 붉은 기가 걸려 있었고, 그 기에는 북벌도룡대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 있었다. 조윤백의 목소리는 크고 또렷했다. 그는 오늘 낮에 있었던 무공 시연을 칭찬했고, 모인 사람들의 결의를 높이 샀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말했다.
"오늘 해질녘, 우리 모두 다시 모입니다. 혈서를 찍고, 출정 일자를 정합니다. 빠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박수가 터졌다.
진연준은 그 박수 소리 속에 서 있었다. 옆에 서문혁이 와 있었다. 언제 왔는지 몰랐다. 서문혁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지만 손은 움직이고 있었다.
진연준은 손을 들지 않았다. 그는 조윤백을 보았다. 조윤백은 단 위에서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서 있었다. 그의 눈이 잠깐 진연준 쪽을 향했다가 지나쳤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진연준은 그 눈길을 기억했다.
보급선의 빈 수레들이 다시 떠올랐다. 열흘. 제갈원이 말했다. 빠르면 열흘.
해질녘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진연준은 알 수 없었다. 혈서가 찍히면 출정 일자가 정해질 것이었다. 일자가 정해지면 수레는 그 상태로 북쪽으로 향할 것이었다. 빈 짐칸을 달고, 절반짜리 약 상자를 싣고.
진연준은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연준아."
"알아." 진연준이 말했다.
"뭘 알아."
"해질녘에 모인다는 거."
진연준은 그 광경을 보다가 보급선 쪽을 돌아보았다. 수레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 빈 채로. 아무도 그쪽을 보지 않았다. 아무도 그것을 명예로 세지 않았다.
해질녘의 빛이 집결지 위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 빛 속에서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어졌다. 진연준의 그림자도 길어졌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혈서가 찍힐 시간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