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가 21세기를 본다면: 단편집

EP.3 병원비 고지서

고지서는 흰 봉투 안에 들어 있었다. 봉투의 왼쪽 위에는 병원의 이름이 파란색으로 인쇄되어 있었고, 그 이름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당신의 회복을 함께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박진우는 식탁 위에 봉투를 놓고 한참 뜯지 않았다. 뜯지 않은 봉투는 아직 고지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종이였고, 우편물이었고, 오후 햇빛을 받아 가장자리만 조금 빛나는 얇은 물건이었다. 그러나 뜯는 순간 그것은 숫자가 되고, 숫자는 다시 집 안의 다른 물건들을 바꾸어 놓을 것이었다. 냉장고에 붙은 딸의 학교 그림, 싱크대 옆의 약병, 다음 달 대출 상환일이 적힌 달력, 아직 접지 않은 빨래. 어떤 숫자들은 집 안에 들어오면 가구의 위치를 바꾸지 않고도 집 전체를 좁게 만든다. 그의 딸 유나는 이틀 전 응급수술을 받았다. 맹장이 터지기 직전이었다고 의사는 말했다. 늦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의사의 목소리는 피곤했지만 따뜻했고, 진우는 그 따뜻함에 감사했다. 그는 병원 복도에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아이가 수술실에 들어간 뒤 아내 수연의 손을 잡고 있었다. 수연의 손은 차가웠고, 그는 그 손을 데우려 했지만 자신의 손도 차갑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날 새벽 병원 자동문이 열릴 때의 소리, 접수 창구의 형광등, 간호사가 유나의 작은 손목에 채운 팔찌의 흰색, 그 모든 것은 아직 그의 몸 안에 있었다. 생명이 구해진 뒤에도 몸은 곧바로 생명의 감사만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몸은 비용을 기다렸다. 봉투를 뜯자 세 장의 종이가 나왔다. 첫 장에는 총액이 있었다. $48,612.73 진우는 처음에 소수점 앞 숫자를 잘못 읽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시 읽었다. 다시 읽어도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보험 적용 전 금액, 보험 조정, 환자 부담 예상액, 추가 검토 중 항목. 종이는 친절하게 여러 칸으로 나뉘어 있었고, 각 칸은 자기 역할을 다했다. 그러나 그 역할들이 모여 만든 것은 이해가 아니라 어지러움이었다. 수연은 맞은편에서 커피잔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 병원에서 입은 회색 후드티를 벗지 못했다. 유나는 거실 소파에서 잠들어 있었다. 작은 몸은 담요 아래에서 조용했고, 수술 자국이 당길 때마다 얼굴을 찡그렸다가 다시 잠들었다. 텔레비전은 꺼져 있었지만 화면에는 오후 창문과 식탁이 비쳐 보였다. 진우는 그 비친 화면 속에서 자기 얼굴이 실제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얼마야?” 수연이 물었다. 그는 종이를 접고 싶었다. 접어서, 접힌 부분 안에 숫자를 넣고, 식탁 서랍에 넣고, 오늘 하루만은 아이의 숨소리와 죽 한 그릇과 약 먹는 시간만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나 종이는 이미 펼쳐져 있었고, 펼쳐진 것은 사람을 부른다. “아직 확정은 아니래.” 그가 말했다. “얼마냐고.” “환자 부담 예상액이 만 칠천 정도.” 수연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잔이 접시에 닿는 소리가 작게 났다. 그녀는 화를 내지 않았다. 화를 내려면 대상이 있어야 했다. 병원은 아이를 살렸다. 보험은 규칙을 적용했다. 회사는 올해 보험 플랜을 바꿨지만, 그때는 모두가 더 나은 네트워크라고 들었다.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하는가를 알 수 없을 때, 사람은 자기 호흡에게 화를 내게 된다. “전화해 봐.” 수연이 말했다. 진우는 고지서 오른쪽 위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자동응답기는 “당신의 건강 여정을 지원하게 되어 기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1번, 3번, 생년월일, 우편번호, 보험 가입자 번호를 눌렀다. 대기 음악은 피아노였다. 음악 사이로 “모든 상담원은 현재 다른 회원을 돕고 있습니다”라는 안내가 반복되었다. 다른 회원. 진우는 자신이 환자의 아버지인지, 고객인지, 회원인지, 청구번호인지 알 수 없었다. 각 단어는 조금씩 다른 의자에 그를 앉혔다. 스물여덟 분 뒤 상담원이 연결되었다. “저는 브리아나입니다. 오늘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그 목소리는 밝고 전문적이었다. 진우는 그 밝음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밝음 때문에 자신이 더 조심스러워졌다. 그는 고지서 번호를 읽었다. 브리아나는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고, 키보드 치는 소리가 들렸다. “네, 확인했습니다. 응급 충수절제술 관련 청구네요. 우선 따님이 괜찮으시길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병원비 때문에 전화했으면서도, 딸이 괜찮기를 바란다는 말에는 감사해야 했다. 인간은 자기 곤란을 설명하기 전에도 예의를 지키고 싶어 한다. 예의를 지키는 동안에는 아직 모든 것이 완전히 망가지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금액이 맞는 건가요?” 그가 물었다. “현재로서는 일부 항목이 out-of-network로 처리되어 환자 부담액이 높게 산정된 상태입니다. 다만 emergency exception review가 진행 중입니다.” “응급실로 갔는데 out-of-network가 될 수 있나요?” “네, 병원 시설은 네트워크 안이지만, 수술 보조 의사와 마취과 그룹이 별도 청구 법인으로 되어 있어서요.” “저희가 그걸 고를 수 있었던 게 아니잖아요.” 브리아나는 잠시 조용했다. 그 침묵은 동의에 가까웠지만, 동의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이해합니다. 정말 혼란스러우실 수 있어요. 그래서 emergency exception review가 있는 겁니다.” “그럼 줄어드는 거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식탁 위의 고지서를 보았다. 종이의 각 칸에는 숫자와 코드가 있었다. CPT, provider ID, adjustment pending. 그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회사에서 매일 계약서를 읽었고, 엑셀 파일로 예산을 만들었고, 은행 대출 서류도 직접 확인했다. 그런데 이 종이 앞에서 그는 글자를 읽으면서도 문맹이 된 것 같았다. 읽을 수 있지만, 읽은 것이 자기 삶에서 어떤 힘을 갖는지 알 수 없었다. “제가 뭘 해야 하죠?” “병원 billing department에 itemized bill을 요청하시고, 저희 쪽에는 medical necessity documentation과 network exception appeal을 제출하시면 됩니다.” “그걸 병원에서 보내는 거 아닌가요?” “일부는 병원에서 보내지만, 회원님께서 직접 요청하셔야 더 빠를 수 있습니다.” 회원님께서 직접. 이 말은 책임을 아주 정중하게 건네는 방식이었다. 브리아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규칙 안에서 최대한 친절했다. 하지만 그 친절은 문을 열어 주지 않고, 문손잡이가 어디 있는지 설명해 주었다. 통화를 마친 뒤 진우는 병원 회계팀에 전화했다. 이번에는 대기 시간이 사십일 분이었다. 그 사이 유나가 깨어 물을 달라고 했다. 수연은 아이를 일으켜 세웠고, 진우는 전화기를 어깨와 귀 사이에 끼운 채 빨대를 찾았다. 유나는 물을 조금 마시고 말했다. “아빠, 나 학교 언제 가?” “조금 쉬고.” “수학 시험 있는데.” “시험은 괜찮아.” “선생님이 보충해 준대?” 그 작은 걱정 앞에서 진우는 잠시 고지서를 잊었다. 아이는 자기 몸 안에서 방금 일어난 일을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래서 시험을 걱정했다. 그 걱정은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생명의 방식이었다. 살아 있는 사람은 다시 자기의 작은 의무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그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전화기 속에서는 아직 피아노가 흘렀다. 병원 회계팀의 남자는 이름이 앤드루라고 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진우가 아이의 수술비 때문에 전화했다고 하자, 그는 먼저 유나의 회복을 바란다고 했다. 진우는 다시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루 동안 딸의 회복을 바란다는 말을 여러 번 들을수록, 그 말은 축복이면서도 절차의 첫 문장처럼 느껴졌다. “itemized bill을 받을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포털에서 다운로드하실 수 있고, 우편으로도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out-of-network 항목이 있는데, 이건 응급수술이었어요.” “네, 그 부분은 보험사와 조정 중일 수 있습니다.” “보험사는 병원에 요청하라고 했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저희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지만, appeal은 보험사 프로세스입니다.” 진우는 펜으로 메모를 했다. 보험사 프로세스. 병원 자료. 별도 청구 법인. 응급 예외 검토. 단어들이 종이 위에 쌓였다. 단어가 많아질수록 길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길을 잃었다는 사실이 더 정교해졌다. “당장 내야 하나요?” “고지서상 납부 기한은 30일입니다. 다만 appeal 중이면 일부 collection hold를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 “collection이요?”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닙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걱정이라는 것이 선택 가능한 행동일 때에만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진우에게 걱정은 이미 몸의 기능이 되어 있었다. 심장이 뛰듯, 위가 비듯, 숫자가 떠올랐다. 점심이 지나자 그는 회사에 반차를 냈다. 상사는 이해한다고 했다. “가족이 먼저지.” 상사는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다음 문장에서 그는 “다만 금요일 클라이언트 자료는 오늘 밤까지 가능할까?”라고 물었다. 진우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족이 먼저라는 말과 오늘 밤까지라는 말은 서로 싸우지 않았다. 현대의 예의는 그런 식으로 서로 모순되지 않는 척하는 데 능했다. 오후 두 시, 그는 직접 병원에 갔다. 병원 로비는 깨끗하고 넓었다. 벽에는 지역사회 건강을 위한 기부자 명단이 걸려 있었고, 카페에서는 사람들이 노트북을 열고 있었다. 아이가 수술받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고마운 건물이었고, 고지서가 나온 곳이라고 생각하면 두려운 건물이었다. 같은 건물이었지만, 들어가는 마음에 따라 벽의 색이 달라 보였다. 회계 창구의 여자는 마리아라고 했다. 그녀의 책상에는 작은 플라스틱 성모상이 놓여 있었고, 모니터 아래에는 아이 둘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그녀는 진우의 서류를 받고 천천히 확인했다. “이런 경우가 많나요?” 진우가 물었다. 마리아는 눈을 들었다. 그녀는 대답을 고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많습니다.” 그 말은 짧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하루 종일 이 창구 앞에서 사람들이 종이를 내밀고, 계산을 묻고, 때로 울고, 때로 화를 내고, 결국 서류를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들이 들어 있었다. “어떻게들 해결하나요?” “케이스마다 달라요. appeal이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payment plan을 잡기도 하고, charity care 신청을 하기도 합니다.” charity care. 자선 진료. 그 말은 진우의 귀에 이상하게 들어왔다. 그는 자신을 자선의 대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집이 있었고, 직장이 있었고, 보험료를 냈고, 세금을 냈다.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 더 싼 브랜드를 샀고, 휴가를 미뤘고, 유나의 피아노 학원을 축구로 바꾸며 계산했다. 그는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한 장의 종이가 그를 다른 줄로 데려가고 있었다. “저희가 charity care 대상이 될까요?” 마리아는 화면을 보았다. “소득 기준이 있습니다. 가족 수와 총소득을 봐야 해요. 신청은 하실 수 있습니다.” 신청은 하실 수 있습니다. 이 말도 정중했다. 그러나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은 받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 문이 있다는 것과 그 문이 열릴 것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마리아는 서류 봉투를 건넸다. 그 안에는 신청서, 필요 서류 목록, appeal 안내, payment plan 설명서가 들어 있었다. 종이들은 모두 잘 정리되어 있었다. 진우는 봉투를 받으며 그녀의 손가락을 보았다. 손톱은 짧았고, 손등에는 종이에 베인 듯한 얇은 상처가 있었다. 그녀도 하루 종일 숫자와 사람 사이에 앉아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 화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더 지치게 했다. 병원 밖으로 나오니 눈이 조금 내리고 있었다. 젖은 눈은 주차장 아스팔트에 닿자마자 녹았다. 진우는 차에 타지 않고 잠시 서 있었다. 휴대폰에는 보험사 포털 알림이 떠 있었다. “새 문서가 있습니다.” 그는 열어 보지 않았다. 열지 않아도 문서는 있었다. 그때 수연에게서 문자가 왔다. 유나 열 좀 있어. 약 먹였어. 너무 걱정 말고 천천히 와. 천천히 와. 그는 그 말을 보고 웃을 뻔했다. 천천히 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병원비는 천천히 오지 않았고, 보험사는 천천히 기다려 주지 않았고, 회사 자료는 천천히 제출해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연은 그가 운전 중 불안해할까 봐 그렇게 썼을 것이다. 사랑은 때로 사실을 줄여서 보내는 기술이었다. 차에 탄 뒤 그는 갑자기 상원의원 지역 사무소 번호를 떠올렸다. 지난달 동네 커뮤니티 센터에서 보좌관이 와서 의료비 문제와 보험 분쟁을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었다. 그때 진우는 그런 서비스가 노인이나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는 그 번호를 검색했다. 상원의원 사무실의 직원은 다니엘이라고 했다. 젊은 남자의 목소리였고, 매우 공손했다. “저희가 직접 보험 결정을 바꿀 수는 없지만, constituent services를 통해 문의를 전달하고 지연 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도움이 되나요?” “경우에 따라 도움이 됩니다.” 경우에 따라. 오늘 들은 모든 희망은 조건문이었다. “양식이 필요합니다.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보험사 문서, 병원 고지서, 간단한 설명.” “어디로 보내면 되나요?” 다니엘은 이메일 주소를 불러 주었다. 진우가 받아 적는 동안, 전화기 너머에서 다른 직원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사무실의 일상적인 웃음이었다. 진우는 그 웃음이 불쾌하지 않았다. 세상은 그의 고지서가 도착한 날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 평범해야 했다. 바로 그 사실이 때로 잔인하게 느껴졌지만, 그 평범함이 없으면 자신도 살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그리고 혹시,” 다니엘이 말했다. “의료비 지원 단체 목록도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네. 보내 주세요.” “힘든 상황이시겠지만, 따님이 회복 중이라니 다행입니다.” 진우는 세 번째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집에 돌아왔을 때 유나는 다시 잠들어 있었다. 수연은 식탁에 서류를 펼쳐 놓고 있었다. 급여명세서, 세금보고서, 보험카드, 병원 팔찌, 약국 영수증. 그 모든 것이 한 가족을 증명하는 물건들이었다. 가족이라는 것은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끊임없이 서류로 자기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작은 기관처럼 보였다. “당신 얼굴 안 좋아.” 수연이 말했다. “괜찮아.” 그가 그렇게 말하자 두 사람은 동시에 조용히 웃었다. 오늘 하루 너무 많은 사람이 괜찮다고 말했다. 그 말은 이제 거의 아무 의미도 없었지만, 그래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었다. 저녁 무렵, 진우는 노트북을 열었다. 회사 자료를 만들기 전에 보험사 appeal 양식을 내려받고, 병원 itemized bill을 저장하고, 상원의원 사무실에 보낼 이메일 초안을 썼다. 그런 다음 다니엘이 보내 준 의료비 지원 단체 목록을 열었다. 목록 아래쪽에는 “온라인 모금 플랫폼 안내”가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창을 닫았다. 온라인 모금은 다른 사람들의 일이었다. 뉴스 기사 속 사람들, 동네 게시판에 올라오는 낯선 가족들, 불행이 너무 커서 공적 설명이 된 사람들. 그는 자기 딸의 수술 자국과 병원 침대에서 잠든 얼굴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만 칠천 달러라는 숫자는 닫은 창 뒤에서도 남아 있었다. 그는 다시 창을 열었다. 플랫폼은 친절했다. 제목을 입력하세요. 목표 금액을 입력하세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진을 추가하면 더 많은 후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진우는 커서를 제목 칸에 놓았다. Help Yuna Recover 그는 지웠다. Emergency Surgery for Our Daughter 그것도 지웠다. 딸의 몸을 제목으로 만드는 일은 이상했다. 그러나 모든 제목은 결국 딸의 몸을 향했다. 그는 손가락을 멈추고, 거실 쪽을 보았다. 유나는 자고 있었고, 수연은 소파 끝에 앉아 아이의 열을 확인하고 있었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지만, 검은 화면 속에 두 사람의 모습이 흐리게 비쳤다.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진우는 쓰기 시작했다. 우리 딸 유나는 지난 화요일 밤 응급수술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지금은 집에서 회복 중입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병원비가... 그는 멈췄다. 예상치 못한. 정말 예상치 못했는가? 그는 보험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병원비가 두렵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것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었다. 생각하지 않는 것도 현대 중산층의 중요한 기술이었다. 그래야 치과 예약을 미루고, 자동차 보험료를 비교하고, 아이의 생일 케이크를 주문하며 살 수 있었다. 그는 다시 썼다.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보험료를 내며 살아왔지만, 이번 응급수술 뒤에 남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문장은 더 정직했지만, 그 정직함 때문에 더 굴욕적이었다. 열심히 일했다는 말을 왜 써야 하는가. 도움을 받을 자격을 얻기 위해 자신이 게으르지 않았다고 먼저 증명해야 하는가. 그는 그 문장을 보다가, 자신이 지금 딸의 생명이 아니라 자기 가족의 도덕성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수연이 조용히 다가왔다. “하고 있어?” “응.” 그녀는 화면을 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문장을 보았다. 유나의 사진을 올릴지 말지, 목표 금액을 얼마로 할지, 보험 appeal 중이라고 써야 할지, 후원금 사용처를 어떻게 설명할지. 그 모든 질문이 식탁 위에 놓였다. 돈을 요청하는 일은 단순히 부족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이 품위 있어 보이도록 배열하는 일이었다. 너무 절박하면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고, 너무 담담하면 도움이 필요 없어 보였다. 그는 갑자기 자선 만찬의 문장을 쓰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아마 그들도 이런 균형을 알았을 것이다. “사진은 올리지 말자.” 수연이 말했다. “그럼 사람들이 덜 도와줄 수도 있어.” “알아.” 두 사람은 다시 조용해졌다. 아이의 얼굴을 지키는 일과 아이의 병원비를 마련하는 일이 서로 반대편에 서 있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주, 둘 다 사랑에서 나온 선택들이 서로를 해치는 것을 보는 일이었다. 진우는 목표 금액 칸에 17,000을 입력했다가, 12,000으로 줄였다. 너무 많아 보일까 봐. 그러나 줄인다고 실제 고지서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다시 17,000을 입력했다. 숫자는 화면 위에서 얌전히 기다렸다. 숫자에는 부끄러움이 없었다. 부끄러움은 숫자를 입력하는 사람의 몫이었다. 그는 마지막 문장을 썼다. 어떤 도움도 저희 가족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 문장은 너무 익숙했다. 너무 많이 본 문장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익숙함이 그를 구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같은 문장을 써 왔다는 사실은, 그의 굴욕이 혼자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게시 버튼 위에 마우스를 올렸다. 수연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잠깐만.” 그는 그녀를 보았다. “유나한테 나중에 뭐라고 말하지?” 진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딸에게 뭐라고 말할 것인가. 네가 아파서 우리가 돈을 부탁했다고? 네 몸이 우리 가족의 재정 상태를 공개하게 했다고? 아니면 사람들이 도와줘서 네가 나았다고? 어느 말도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고, 그래서 어느 말도 쉽게 할 수 없었다. 거실에서 유나가 잠결에 작게 신음했다. 수연은 곧바로 돌아갔다. 진우는 혼자 식탁 앞에 남았다. 노트북 화면에는 아직 게시 전의 글이 떠 있었다. 병원 고지서는 옆에 놓여 있었고, 봉투에는 여전히 “당신의 회복을 함께합니다”라는 문장이 보였다. 창밖에는 눈이 조금 더 굵어졌고, 거리의 차들은 젖은 빛을 끌며 지나갔다. 진우는 게시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아직은. 그러나 창을 닫지도 않았다. 그는 화면 앞에 앉아, 한 가족의 존엄이 어떻게 제목과 목표 금액과 설명문과 사진 첨부 여부로 나뉘는지를 보았다. 딸은 방 안에서 숨을 쉬고 있었고, 병원은 아이를 살렸고, 보험사는 검토 중이었고, 상원의원 사무실은 양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가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모든 일들이 합쳐져, 한 아버지가 밤의 식탁 앞에서 자기 아이의 생명을 숫자로 번역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