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에 도착할 무렵, 팀원 중 누구도 엘 솜브라가 그저 그런 흔한 타깃 중 하나일 뿐인 척 연기하지 않았다.
그는 며칠 동안 그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모든 모텔의 감시 카메라, 렌터카 창문에 비친 모든 반사광, 카운터에 남겨진 아직 따뜻한 커피 잔 하나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피닉스에서 그는 다이애나의 호텔 방을 찍은 감시 사진을 마치 사적인 농담이라도 되는 양 남겨두었다. 그는 살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제든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들의 경계망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수면을 죽음을 위한 리허설로 바꿔버리는 종류의 압박이었다.
그래서 다이애나는 더 이상 그를 찾아내려 애쓰지 않기로 했다.
그가 자신을 찾아내도록 내버려 두기로 한 것이다.
그녀가 고른 호텔은 도심에서 세 블록 떨어진 곳에 있었다. 비즈니스 여행객을 끌어들일 만큼 고급스러우면서도, 발레파킹 구역의 불빛과 콘퍼런스 배지를 단 인파가 뿜어내는 도시의 번잡함 속에 녹아들 수 있을 만큼 익명성이 보장된 곳이었다. 로비에서는 감귤 향이 나는 광택제와 차갑게 재순환된 공기 냄새가 났다. 엘리베이터 두 대, 서비스 코어 하나, 모든 층으로 연결되는 유지보수 통로, 골목에서 이어지는 차고 진입로, 인접한 두 건물에서 내려다보이는 옥상 시야. 예측 가능하고. 편안하며. 침투 가능한 곳.
완벽했다.
그들은 오후 내내 엘 솜브라가 다이애나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만 정확히 보도록 판을 짰다. 다이애나는 가명이 아닌 진짜 얼굴로 체크인했다. 프런트 데스크를 이용하고, 벨보이에게 팁을 주며, 피트니스 센터가 밤새 열려 있는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물어보았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두 번 탔다. 먹지도 않을 룸서비스를 시켰다. 누군가의 광학 장비에 완벽한 실루엣으로 잡힐 만큼의 시간 동안, 커튼을 반쯤 열어둔 채 창가에 서 있었다. 픽셀은 호텔 내부 시스템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디지털 빵 부스러기들을 흘렸다. 겉보기엔 안일하고 태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녀가 원하는 카메라 루프와 카드키 트래픽을 자신에게 전송하도록 조작한 것이었다. 코브라와 로보는 겉으로 드러나는 경비 인력을 교대시키거나 철수시키며, 팀이 마침내 피로에 굴복해 보호막을 인간적이고 뚫고 들어올 수 있는 수준으로 좁힌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고스트는 팀원들조차 그의 빈자리를 느낄 만큼 완벽하게 모습을 감췄다.
저녁이 되자 다이애나는 의도적인 불완전함으로 짜인 루틴을 완성했다. 19시에 바에 내려가 클럽 소다와 위스키를 가져와선 손도 대지 않은 채 화장대 위에 올려두었다. 창가 근처를 한 번 서성거렸다. 22시에 메인 조명을 껐다. 23시 10분, 길 건너편 렌즈가 그녀가 여전히 혼자라는 걸 확인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 동안 화장실 거울 앞에 다시 나타났다. 23시 30분, 그녀는 옷을 모두 입은 채 그 위에 가운을 걸치고 침대 시트 위에 누웠다. 베개 아래에는 권총을, 협탁 아래에는 칼을 테이프로 붙여둔 채 억지로 맥박을 늦췄다.
무선망 너머로 코브라의 목소리가 낮고 안정적으로 들려왔다. "바람은 12노트 유지 중. 돌풍 14노트. 조준선 수정한다."
"카피." 다이애나가 말했다.
픽셀은 두 블록 떨어진 어두운 밴 안에서 세 개의 모니터가 내뿜는 푸른빛으로 얼굴을 적신 채 앉아 있었다. "호텔 네트워크는 꽤 깨끗해. 내 말은, 너무 깨끗하다는 뜻이지. 누군가 오프라인으로 객실 청소 동선을 매핑했어. 18시 42분에 서비스 엘리베이터에서 비인가 유지보수 오버라이드가 있었는데, 그 시간대 영상이 옛날 방식대로 싹둑 잘려 나갔어. 멀웨어 같은 화려한 불꽃놀이는 없어. 이 녀석, 단서를 남기는 건 극도로 싫어하나 보네."
"그놈일까?" 로보가 물었다.
"패턴상으론 그럴 확률이 높아. 신뢰도 점수는, 신뢰도 점수 따위 엿 먹으라고 해."
로보가 건조하게 끙 하는 소리를 냈다. "좋아. 난 퍼센트보다는 기분 더러운 예감을 더 믿으니까."
그와 그가 신뢰하는 두 명의 현지 정보원은 차고와 서비스 복도 지하에서 몇 시간 동안 조용히 출구들을 덫으로 바꾸고 있었다. 열려야 할 방화문들은 이제 그들 쪽에서 자기장으로 지연되도록 조작되었다. 계단실 카메라는 픽셀이 통제하는 피드로 교체되었다. 위조된 호텔 엔지니어링 로고가 박힌 배달 밴이 미끼 속의 미끼로 하역장 근처에 주차되어 있었다. 엘 솜브라가 내려온다면, 놈은 모든 쉬운 탈출로가 우리가 파놓은 함정으로 좁혀진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스트는 말이 없었다.
다이애나는 값비싼 건축 자재로 지어진 얇은 벽 너머, 인접한 방에서 그의 침묵을 들었다. 두 스위트룸을 연결하는 문은 잠기진 않았지만 닫혀 있었고, 양쪽 모두 가구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었다. 그는 직접적인 시야 확보 대신 열화상 카메라를 고집했다. "놈이 내가 거기 있다는 걸 알면 난 계획의 일부가 되는 겁니다." 그가 그녀에게 했던 말이었다. "놈이 그걸 의심한다면, 난 변수가 되는 거고요."
"놈이 그 방으로 들어올 거라 가정하는군." 코브라가 말했었다.
고스트의 대답은 한겨울의 유리창처럼 차가웠다. "놈은 방으로 들어올 겁니다. 놈은 확실한 걸 원하니까요."
이제 자정에 가까워지자, 그 '확실성'이라는 단어가 '두려움'의 또 다른 이름처럼 느껴졌다.
다이애나는 셔츠 깃 아래로 엄지와 검지를 넣어 잭의 반지를 한 번 굴렸다가, 다시 살갗에 닿도록 놓아두었다. 그녀는 잭을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랬다. 그녀는 생명이 멈추는 모든 방식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수면 중 짧게 끊어지는 숨결. 목을 긋는 칼날. 베개를 뚫고 들어오는 소음기 총탄. 반쯤 잠든 상태에서 저지른 실수 하나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텅 빈 죽음. 마리아는 기억과 슬픔을 통해 그녀를 무너뜨리려 수개월을 보냈다. 엘 솜브라는 훨씬 더 깔끔한 가능성을 제공했다. 장황한 연설도, 관도, 해킹된 병원 후송 경로도 없었다. 오직 기술과 어둠뿐.
자신이 임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지 않고도 여전히 죽음을 똑바로 마주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이었다.
01시 16분, 픽셀이 중얼거렸다. "4번 골목 카메라에 정찰조로 추정되는 움직임 포착. 남성, 후드티, 보통 키, 세탁물 가방 소지. 별거 아닐 수도 있고. 아니면 세상에서 제일 허접한 청소부 코스프레일 수도 있고."
로보의 목소리가 스페인어로 먼저, 그다음 영어로 들려왔다. "내 수하를 그냥 지나쳤어. 호텔 직원이 아니야."
그 인영은 건물로 들어오지 않았다. 하역장을 지나 사라진 후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02시 03분, 코브라가 길 건너 주차 타워에서 반짝이는 빛을 보고했다고 보고했지만, 2분 뒤 회전하는 공조 시설 경광등일 뿐이라고 정정했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02시 41분, 다이애나와 같은 층에 묵고 있던 투숙객이 문을 열고 양말 바람으로 복도에 10초간 서 있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픽셀은 그 남자의 예약 정보, 법인 카드 내역, 콘퍼런스 등록 정보, 밀워키에 있는 그의 아내, 곤히 잠든 그의 아이들 사진까지 너무나도 빠르게 찾아내며 그를 추적했다. 진짜 투숙객. 특이 사항 없음.
03시 12분, 서비스 엘리베이터가 한 층을 이동한 뒤 멈췄다.
픽셀이 화면 앞으로 몸을 숙였다. "내가 승인한 움직임이 아니야. 카드키 핑도 없어. 순수 기계적 조작이야."
"상황 말해." 다이애나가 조용히 말했다.
"말하고 있어. 12층에서 엘리베이터 대기 중. 누군가 물리적으로 렌즈를 흐리게 만들어서 화면은 안 보여. 30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어."
코브라의 숨소리가 통신망 너머로 한 번, 일정하고 통제된 리듬으로 들려왔다. "바람, 현재 북서풍 15노트. 대장님 창문과 동쪽 외벽 시야 확보 중입니다."
로보가 말했다. "차고 봉쇄 완료."
고스트는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다이애나는 소리 없이 침대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문 맞은편 벽에 섰다. 양손에 권총을 쥐고, 총구를 아래로 내린 채, 귀를 기울였다. 방 안엔 중앙 공조 장치의 웅웅거리는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배관 소리만 가득했다. 창문 밖 어딘가에서 도시의 거리를 내달리는 사이렌 소리가 멀어져 갔다. 의도적으로 꺼둔 화장실 조명은 빛을 한 줌도 새어 보내지 않았다. 화장대 위의 위스키가 네온 불빛 한 줄기를 받아 마치 유리잔에 담긴 피처럼 보였다.
03시 31분, 픽셀이 속삭였다. "12층 유지보수 창고 방금 열렸어."
03시 33분, "시야 확보 불가."
03시 36분, "문 다시 닫힘."
03시 40분, 모든 1초가 피부에 닿는 듯했다.
다이애나는 턱관절로, 손의 힘줄로, 명치 아래에서 아드레날린이 패닉으로 변하려는 것을 억누르며 요동치는 작은 압박감으로 그 시간을 느꼈다. 유한한 삶이란, 그녀는 생각했다, 극적인 것이 아니라고. 그것은 너무나 은밀하게 다가와, 내 방 안의 사물처럼 자신의 맥박 소리를 알아차리게 만든다고.
정확히 03시 47분, 스위트룸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대신, 방 안의 공기가 변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0.5초 동안 그녀는 자신이 헛것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아주 미세한 공기의 움직임, 소리라기보단 압력의 변화에 가까운 느낌, 화장실 환풍구 그릴을 건드리는 작고 전기적인 딸깍 소리, 그리고 서비스 공간의 유지보수 패널이 제거된 샤워 부스 위쪽에서 툭 떨어지는 어두운 형체.
그는 천장을 뚫고 들어왔다.
엘 솜브라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착지하여 충격을 흡수한 뒤, 이미 손에 쥔 칼을 치켜들고 카펫 위를 낮고 빠르게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그는 호텔 특유의 검은색 작업복 바지와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고,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고 있었다. 한쪽 손바닥 아래에는 마스터키가 납작하게 클립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아마 몇 분 전 복도에서 스위트룸 문을 따고 들어와, 그녀의 몸이 더 깊은 고요에 빠져들 때까지 서비스 공간에 숨어 있었을 것이다. 숨소리로 수면 상태를 확인할 만큼 참을성 있는 놈이었다.
그는 마치 정답을 찾은 것처럼 방을 가로질렀다.
다이애나는 허리춤에서 한 발을 쏘았다. 놈이 사각지대로 미끄러져 들어와 그녀를 밀어붙이며 한쪽 팔뚝으로 그녀의 총 든 손목을 천장 쪽으로 쳐내는 순간, 소음기 총탄이 욕실 타일을 박살 냈다. 놈의 칼날이 그녀의 목을 향해 번뜩였다. 그녀는 두 손으로 놈의 팔꿈치를 붙잡고 몸을 아주 살짝 비틀었고, 칼날은 그녀의 목을 긋는 대신 쇄골을 가로지르며 옷감과 살갗을 찢었다. 두 사람은 바닥에 세게 나뒹굴었고, 협탁이 뒤집히며 그 위의 손도 대지 않은 위스키 잔이 산산조각 났다.
방 안이 암흑으로 변했다.
놈이 충돌하는 순간 침대 옆 전원을 꺼버린 것이다.
어둠이 형태와 거리를 집어삼켰다. 다이애나는 눈으로 보는 대신 온몸으로 놈을 느꼈다. 그녀의 팔을 짓누르는 무릎, 통제된 숨소리, 쓸데없는 힘의 낭비 하나 없는 움직임. 그는 마치 중력이 하나의 몸을 선택한 것처럼 싸웠다. 그녀가 놈의 눈을 향해 두 손가락을 찔러 넣었지만, 놈은 닿기도 전에 피하고는 그녀의 다른 쪽 손목을 잡아채며 다시 칼을 내리찍었다. 칼날은 아주 조금 전까지 그녀의 갈비뼈가 있던 매트리스 위로 깊숙이 박혔다.
그 순간, 방과 방을 연결하는 문이 폭발하듯 안으로 박살 났다.
마치 이 방이 그를 소환한 것처럼 고스트가 들이닥쳤다. 어둠 속에 들어온 그의 이마에는 열화상 고글이 내려와 있었고, 아군 오인 사격을 막기 위해 권총은 이미 버린 상태였다. 그는 측면에서 엘 솜브라를 들이받았다. 세 사람의 몸이 깨진 유리 조각과 호텔 침구 위를 뒹굴 만큼 강력한 충돌이었다.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싸움은 어떤 기술적 허세도 벗어 던진 채 순수한 육탄전으로 변해갔다. 고스트가 놈의 칼 든 팔을 제압하려 했으나, 엘 솜브라는 팔꿈치로 고스트의 턱을 올려치고 자세를 역전시킨 뒤, 누구에게도 유리할 리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기어코 두 발로 일어섰다. 다이애나는 떨어뜨린 권총을 잡으려 허우적댔지만 카펫만 움켜쥘 뿐이었다. 엘 솜브라는 총을 침대 밑으로 걷어찬 뒤, 어디선가 빼든 짧은 보조 단검을 든 채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고스트가 놈의 어깨를 잡아챘고, 다이애나를 향했던 칼날은 고스트의 팔뚝을 길게 그었다.
그들이 벽에 부딪혔다. 액자에 담긴 호텔 그림이 와장창 떨어져 내렸다. 엘 솜브라의 공격 중 하나가 램프 받침대를 스치며 불꽃이 튀었다. 아주 짧은 순간, 깜빡이는 빛 속에서 다이애나는 놈을 똑똑히 보았다. 괴물도, 유령도 아니었다. 살인을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출구를 계산하는, 수없는 살인으로 텅 비어버린 차갑고 젊은 얼굴일 뿐이었다.
그는 고스트를 밀어붙여 창문에 처박은 뒤, 몸을 돌려 다이애나를 화장대 쪽으로 내동댕이쳤다. 그녀는 폐에서 공기가 다 빠져나갈 만큼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머리로 이해하기도 전에 놈의 다음 움직임을 느꼈다. 그 각도, 그 살의, 그녀의 심장을 향해 일직선으로 파고드는 그 궤적.
고스트가 엘 솜브라의 팔 아래로 자신의 팔을 걸어 찌르기의 방향을 틀어버렸다.
칼날이 나무에 깊숙이 박혔다. 다이애나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예전에 고스트가 브리핑했던 놈의 흉터 자국을 떠올리며 손바닥 아랫부분으로 엘 솜브라의 부상당한 쪽 갈비뼈를 강하게 가격했다. 놈이 주춤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놈은 끔찍할 정도로 효율적으로 몸을 비틀어 빠져나오더니, 고스트의 목을 가격해 그를 쓰러뜨렸다. 훗날 다이애나의 악몽에 나타날 법한 둔탁한 타격음이 울렸다. 고스트가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엘 솜브라는 다시 다이애나를 향해 돌아섰다.
방 반대편 창문이 별 모양으로 산산조각 나며 안으로 쏟아져 내렸다.
총탄은 유리창이 깨진 직후 심장 박동 한 번의 시차를 두고 날아왔다.
코브라의 총탄은 동트기 전 덴버의 차가운 공기 400미터를, 15노트의 측풍을 뚫고 가로질렀다. 제정신인 저격수라면 결코 택하지 않았을 틈새를 바늘구멍 꿰듯 통과해, 다이애나를 불과 몇 인치 차이로 빗겨나는 각도로 오른쪽 위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움직이고 있던 엘 솜브라의 왼쪽 어깨 상단을 정확히 꿰뚫었다.
충격에 놈의 몸이 옆으로 빙글 돌았다.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한쪽 팔이 순식간에 무력화된 상황에 즉각적으로 적응하며, 다이애나나 고스트가 끝장을 내기도 전에 스위트룸 문을 뚫고 복도로 몸을 던졌다.
"타깃 이동 중!" 고스트가 쉰 목소리로 외쳤다.
픽셀이 이미 쫓고 있었다. "복도 12번 북쪽 구역에 있어. 카메라 다시 복구됐어. 피를 흘리고 있어. 왼쪽 어깨. 5미터 전방 계단실 접근."
다이애나는 협탁 아래 테이프로 붙여둔 보조 권총을 낚아채 고스트보다 두 걸음 뒤처져 복도로 나섰다. 경보 사이렌은 울리지 않았다. 최고급 호텔은 암살 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복도는 여전히 고요했다. 엘 솜브라가 계단실 문에 몸을 부딪치며 밀고 들어갔다.
"B 계단실이다." 다이애나가 말했다.
"엘리베이터 차단 완료." 픽셀이 대답했다. "내가 놈의 접근 권한을 잠갔어. 로보, 그쪽으로 가고 있어."
"오라고 해." 로보가 말했다.
계단실에는 비상등 아래 검은 쉼표처럼 흩뿌려진 핏자울과 거친 발소리가 메아리쳤다. 목에 멍이 든 채 한 손으로 목을 감싸 쥔 고스트가 먼저 움직였다. 총을 치켜들었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다이애나가 그 뒤를 따랐다. 쇄골의 자상에서 흘러내린 피가 셔츠 안쪽을 따뜻하게 적시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 아래층에서 방화문이 쾅 하고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났다. 엘 솜브라는 여전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건물을 빠져나가려는 게 아니야." 고스트가 간신히 말했다.
픽셀이 확인해 주기도 전에 다이애나는 놈의 의도를 간파했다. "차고로 가고 있군."
"맞아." 로보가 말했다. "거기 차가 대기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까."
"그런 거 없다." 무전기 너머로 코브라가 돌덩이처럼 차분하게 중얼거렸다. "조준선 변경 중. 하층부는 동쪽 경사로를 통해 부분적으로 시야 확보 가능."
그들은 층층이 계단을 뛰어내려 갔다. 6층에서, 늦게 열리도록 조작된 방화문이 아주 잠깐 엘 솜브라의 발목을 잡았고, 놈은 문을 돌파하느라 0.5초를 허비했다. 그들이 벌어낸 0.5초였다. 4층에서는 로보의 현지 정보원 중 한 명이 놈과 맞닥뜨렸지만, 보답으로 방탄조끼에 소음기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2층에 다다르자 핏자국이 눈에 띄게 짙어졌다.
다이애나와 고스트가 주차장 차고의 콘크리트 입구에 도착했을 때, 그들이 파놓은 거대한 덫은 최종적인 형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픽셀이 차고 조명을 부분적으로 꺼버린 탓에, 기둥 사이사이로 나트륨등의 희미한 불빛만이 섬처럼 떠 있었다. 그림자 속에 주차된 차량들은 마치 잠든 짐승들 같았다. 출구는 로보가 아까 유지보수 시스템을 조작해 숨겨놓은 낙하식 차단봉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저 멀리 나선형 경사로 근처에서 비틀거리며 시야에 들어온 엘 솜브라가 동쪽 게이트를 밀어보았다. 잠겨 있었다. 놈이 성한 팔로 무기를 들어 올리며 몸을 돌렸을 때, 30야드 밖 기둥 뒤에 서 있는 로보와 마주쳤다. 로보의 산탄총은 놈을 겨누고 있었지만 발사되지는 않았다.
"끝났다(Se acabó)." 로보가 외쳤다. "다 끝났어, 애송이."
엘 솜브라는 즉각적으로 움직이며 사격 각도를 계산했다. 다이애나가 그의 오른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고스트가 왼쪽에서 들어왔다. 속도는 느려졌지만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그들 위, 외벽의 콘크리트 격자 틈새로 인접 건물에 자리 잡은 코브라의 총구가 놈을 파편화된 선상에 올려두고 있었다. 픽셀이 끊어지는 무전으로 코브라의 귀에 거리와 열화상 좌표를 불러주었다.
"빠져나갈 구멍은 없어." 다이애나가 말했다.
그는 다이애나를 바라보았다. 뚫어지게 응시했다. 마치 호텔 방에서 만난 여자와 주 경계를 넘어 자신을 사냥한 여자가 동일 인물인지 재는 듯한 눈빛이었다. 소매는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숨소리는 터무니없을 만큼 일정했다.
"빠져나가는 게 목적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어."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앳됐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가 움직였다.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쥐고 있던 권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의 손이 허리춤으로 가더니 소형 단검을 뽑아 들고 자신의 목을 향해 안쪽으로 각도를 틀었다. 포획을 거부하기 위해 수없이 훈련된 자결 동작이었다.
고스트의 총이 먼저 불을 뿜었다.
비살상 탄환이 차고의 공기를 가르고 엘 솜브라의 손목 위쪽과 팔뚝을 강타했다. 칼날의 방향이 틀어지며 단검이 콘크리트 바닥 위를 미끄러져 나갔다. 20년은 젊어진 사람처럼 거리를 좁힌 로보가 엘 솜브라의 하반신을 거칠게 들이받으며 그를 세단 보닛 위로 처박았다. 1초 뒤 다이애나가 달려들어 놈의 다친 팔을 등 뒤로 꺾었고, 고스트가 다른 쪽 팔을 제압했다. 엘 솜브라는 항복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사람처럼 끔찍할 정도의 효율성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과다 출혈과 어깨의 총상은 속일 수 없었다. 이어피스 너머로 코브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꽉 잡고 계십시오. 대장님이 왼쪽으로 움직이시면 시야가 가립니다."
"잡았어." 다이애나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케이블 타이가 놈의 손목을 파고들었다. 그다음은 강철 수갑. 그리고 발목에 2차 결박 장치를 채웠다. 독사과 팀엔 구속구 하나만으로 안심할 만큼 멍청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몇 초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 대신 폭력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특유의 작은 소리들이 차고를 채웠다. 위쪽에서 들려오는 아득한 자동차 소리. 어디선가 식어가는 엔진의 틱틱거리는 소리. 다친 목으로 힘겹게 공기를 들이마시는 고스트의 숨소리. 자신도 모르게 나지막이 기도를 중얼거리는 로보의 목소리. 현지 경찰이나 호텔 경영진이 실제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건물 보안 피드를 반복 재생시켜 놓으며 이어피스 너머로 작게 욕설을 내뱉는 픽셀의 목소리.
다이애나가 엘 솜브라 앞에 쪼그려 앉았다. 부서진 조명 빛이 놈의 얼굴 위로 줄무늬를 그렸다. 놈은 마리아의 수하들이 마지막 순간에 흔히 짓던 표정을 띠고 있었다. 광기나 광신과는 달랐다. 자신보다 더 강한 누군가에게서 빌려온 확신이었다.
"피닉스의 내 방에 들어왔던 게 너였군." 그녀가 말했다.
"그래."
"거기서 날 죽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래."
"왜 기다렸지?"
놈이 미소 지을 때 치아에 묻어 있던 핏자국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그녀는 당신이 먼저 두려움에 떨길 원했으니까."
그 대답은 칼날보다 더 깊숙이 꽂혔다.
다이애나가 놈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마리아."
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침묵은 그 자체로 충분한 대답이었다.
고스트가 한 손으로 목을 짚은 채 그녀 옆 기둥에 기댔다. "놈은 우리의 동선을 다 꿰고 있었어. 호텔. 교대 패턴까지. 우리가 던진 미끼들을 보면서 다 학습한 거지."
로보가 콘크리트 바닥의 핏자국에서 다이애나의 찢어진 옷깃으로 시선을 옮기더니 고개를 한 번 가로저었다. "그리고 우린 놈이 여전히 자신이 사냥꾼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었고. 잘됐군."
"간신히 잘된 거겠죠." 코브라가 말했다. "3인치만 더 빗나갔어도 전 옥상에서 대장님 장례식을 치르고 있었을 겁니다."
아드레날린이 가시지 않아 너무 밝아진 목소리로 픽셀이 끼어들었다. "참고로 말하는데, 이번 작전은 진짜 개노잼이었어. 난 이런 아날로그 살인 닌자들 딱 질색이야. 차라리 멀웨어 쏘는 사이코패스들이 백번 낫지."
다이애나는 거의 미소를 지을 뻔했고, 하마터면 미소를 지을 뻔했다는 사실이 이 상황을 더 끔찍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녀가 다시 엘 솜브라를 향해 몸을 돌렸다. "7명의 부관. 그녀를 둘러싼 모든 보호막을 다 벗겨냈어. 끝이다."
이번엔 놈이 소리 내어 웃었다. 중간쯤 기침으로 변하긴 했지만.
"당신들은 이게 전쟁이라고 생각해?"
아무도 놈의 말을 끊지 않았다. 픽셀조차 조용해졌다.
엘 솜브라의 눈동자가 다이애나에서 고스트로, 로보로 향하더니 이내 위를 올려다보았다. 마치 콘크리트와, 다이애나의 죽음을 막아낸 그 치밀하게 계산된 기하학적 궤적 너머에 있는 코브라를 꿰뚫어 볼 수라도 있는 것처럼. 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탄과 비슷한, 혹은 그저 인정하는 듯한 빛이 스쳤다.
"전투에선 당신들이 이겼지." 그가 말했다. 목소리는 거칠어졌지만, 그 안에 담긴 확신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여왕님(La Reina)의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어. 부관들은 처음부터 진짜 위협이 아니었어. 우린 미끼였을 뿐이야."
그 말들은 마치 폭발 직전의 기압 변화처럼 차고 안의 공기를 짓눌렀다.
다이애나는 그 말들이 지난 1년의 기억을 자신의 머릿속에서 재배열하는 것을 느꼈다. 7명의 전문가. 7번의 캠페인. 인력, 시간, 정치적 자산, 가족의 안전, 수면, 그리고 피를 쏟아부어 얻어낸 7번의 전술적 승리. 하나하나가 모두 진짜였고,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이, 마리아가 그들이 쳐다보기를 원했던 바로 그 방향이었을지도 모른다.
"무엇을 위한 미끼였지?"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고스트가 물었다.
엘 솜브라는 오직 다이애나만을 응시했다. "직접 물어보시지."
그 말을 끝으로 놈은 입을 굳게 닫았고, 두 번 다시 열지 않았다.
그들은 놈의 몸을 수색하고, 상처를 사진으로 찍고, 살려둘 수 있을 만큼만 응급처치를 한 뒤, 동이 트기 전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겹겹이 쳐진 호송망 아래 놈을 이송했다. 호텔 경영진에게는 무장 탈옥수와 진행 중인 추적 작전이라는 연방 정부의 그럴싸한 소설을 쥐여주었다. 현지 경찰은 그들이 원했던 것보다는 적게, 평소에 받던 것보다는 많은 정보를 받았다. 해가 뜰 무렵, 12층의 스위트룸은 박살 난 가구들과 도무지 진상을 파악할 수 없을 만큼 평범해진 핏자국들만을 남긴 채 말끔히 청소되어 있었다.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후 지휘 밴 안을 채운 침묵이었다.
픽셀은 키보드에 손도 올리지 않은 채 모니터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화려한 색깔의 머리카락은 엉성하게 묶여 있었고, 호텔의 영상 피드를 통제하기 위해 점검 통로를 기어 다니느라 한쪽 뺨엔 말라붙은 기름때가 묻어 있었다. "오케이."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평소의 속사포 같은 말투에 비하면 너무나 조용한 목소리였다. "만약 이 부관들 잡는 퀘스트 전체가 거대한 서브 퀘스트였고 보스전이 아니었다면, 그건... 진짜 엿 같은 게임 디자인인데."
로보는 양 팔뚝을 무릎에 얹은 채 묵주를 손가락에 감고 앉아 있었다. "아니지. 네가 악마라면 이건 훌륭한 디자인이야."
고스트의 팔뚝엔 의료용 테이프가 감겨 있었고, 목에는 마치 검은 지문처럼 멍 자국이 타고 올라가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다이애나를 주시했다. 그녀를 의심해서가 아니었다. 죽음이 그녀를 집어삼키려 했던 바로 그 방 안에 있었으면서도, 아직 그 아슬아슬했던 거리를 재계산하는 일을 끝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코브라가 탈출 경로를 지나 가장 마지막으로 밴에 합류했다. 소총은 분해되어 가방에 담겨 있었다. 다이애나의 쇄골에 난 자상과 소매에 말라붙은 피를 보기 전까지 그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상처를 본 순간, 그의 눈 뒤쪽에서 뭔가 단단한 감정이 요동쳤다.
"살아계시는군요." 그가 말했다.
"그래."
그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안도감은 없었다. 그저 확률의 계산이 얼마나 아슬아슬했는지 아는 자의 지친 수긍만이 있을 뿐이었다. "다시는 제게 이러지 마십시오."
그녀가 그의 시선과 마주쳤다. "노력해 보지."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노력 이상의 것을 하십시오."
아무도 그에게 반박하지 않았다.
무릎이 후들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다이애나는 마침내 자리에 앉았다. 서 있는 채로 다리가 떨리는 꼴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방 안에서 직면했던 죽음은 한 가지 문제였다. 하지만 그 후, 몸이 더 이상 긴장할 필요가 없어지자 그동안 참아왔던 공포의 청구서를 들이미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녀는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고스트의 멍든 목, 다른 이의 피가 묻은 로보의 소매, 코브라의 뻣뻣하게 굳은 자세, 공포를 농담으로 승화시켜보려다 실패한 픽셀까지. 그녀는 차갑고 명료하게 깨달았다. 오직 계획만으로는 실패했을 상황에서, 신뢰가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는 것을. 고스트는 직관과 믿음만으로 문을 박살 내고 들어왔다. 코브라는 다이애나의 위치와 자신의 두 손을 믿었기에 불가능한 저격을 해냈다. 로보는 창고를 감옥으로 만들고 출구를 틀어막았다. 픽셀은 최고급 호텔을 전장 지도로 바꾸어 놓으면서도 단 한 순간도 통제력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를 미끼로 내던졌다.
하지만 그들은 그녀가 희생양이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우리가 놈을 잡았어." 픽셀이 말했다. 마치 누군가 반박해 주기를, 그래서 싸울 구실이 생기기를 바라는 듯한 말투였다. "그게 중요한 거야. 부관 보드는 싹 다 클리어했어. 엘 솜브라는 체포했고. 민간인 사상자도 없어. 이 정도면 여전히 우리 승리 맞지?"
누구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이윽고 다이애나가 입을 열었다. "작전상으로는, 그래."
"그럼 실제로는?"
다이애나는 지휘 밴의 앞 유리를 통해 동쪽 도시의 가장자리가 여명에 차갑고 단단한 은빛으로 탈색되어 가는 것을 내다보았다. "실제로는, 우리가 지금까지 엉뚱한 문제를 풀고 있었다고 마리아가 방금 알려준 것 같군."
그 말 뒤로 텅 빈 공허함이 밀려왔다.
코브라가 팔짱을 꼈다. "그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군요."
로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다시가 아니야. 더 깊이 파고들어야지."
고스트의 쇳소리 나는 목소리가 긁히듯 흘러나왔다. "그 여자는 우리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싶어 했어. 왜일까?"
픽셀은 이미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공포에 떠는 것보다 일하는 게 차라리 쉬웠기에, 그녀의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다시 생기를 찾으며 움찔거렸다. "다시 다 돌려볼게. 시간대별 데이터 뭉치들, 공과금 사용 이상 징후, 비정상적인 물품 조달 내역, 끊어진 통신망 기록까지. 부관들 뒤처리하느라 바빠서 후순위로 미뤄뒀던 거 싹 다. 만약 마리아가 부관들을 체스 말로 써서 진짜 움직임을 숨겼다면, 어딘가엔 잔해가 남아 있을 거야. 아마도."
"아마도." 다이애나가 메아리치듯 따라 말했다.
이제 아마도라는 단어가 너무 많아졌다. 지도의 너무 많은 부분이 갑작스럽게 암흑으로 변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사실은 변함없이 단단했다. 엘 솜브라는 실패했다. 다이애나는 살아있다. 7명의 부관들은 모두 쓰러졌다. 마리아로 향하는 길에는 더 이상 부하들이나 전문가들, 외곽의 보호막 따윈 없었다. 그 길은 곧장, 우리가 그녀 제국의 눈에 보이는 겉껍데기를 부수느라 피를 흘리는 동안 그녀가 구축해 온 그 무언가를 향해 뻗어 있었다.
진전이 있다고 느껴야 마땅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험난한 등반 끝에 능선에 올라섰는데, 진짜 산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기분이었다.
덴버가 그들 주변에서 깨어나기 시작하자, 독사과 팀은 스스로를 트라우마에 빠졌다고 칭하기엔 너무 지친 사람들의 무미건조하고 훈련된 효율성으로 움직였다. 보고서가 조각조각 전송되었다. 메디컬 체크를 거부하다가 이내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무기를 닦았다. 핏자국들을 기록했다. 엘 솜브라의 이송 상황을 두 번, 세 번 확인했다. 동이 트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포터의 보안 회선이 연결되었다. 다이애나는 핵심만 보고했고, 엘 솜브라의 마지막 말을 전했을 때 수화기 너머에서 흐르던 포터의 침묵을 들었다.
보고가 끝나자, 포터는 딱 한 마디만 했다. "돌아오게. 우리가 뭔가 놓치고 있어."
다이애나는 통화를 끊고 잠시 더 자리에 앉아 있다가, 팀원들에게 출발을 지시했다.
그녀의 눈꺼풀 뒤로는 여전히 03시 47분의 방 안 풍경이 어른거렸다. 천장의 환풍구. 어둠 속에서 떨어져 내리던 형체. 칼날. 생명이 칼날의 두께만큼 얇아졌던 순간, 그리고 다른 이들이 그녀와 함께 그 어둠 속으로 손을 뻗어주었기에 간신히 살아남았던 그 찰나의 순간이.
그녀의 앞에는 이제 자신이 세웠던 모든 방패를 벗어 던진 채, 역설적이게도 그 때문에 더욱 위험해진 마리아 델가도가 있었다.
그들은 사냥에서 이겼다.
하지만 다음에 올 것은 무엇이든, 전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