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할로우의 여울목, 삼월(三月) 첫 빛이 내린 직후, 그곳에서는 차가운 진흙과 짓밟힌 갈대의 냄새가 풍겼다.
붉은 키른은 상류의 돌 위에 서서, 묵은 철제 미늘창을 어깨에 걸친 채, 안개가 물 위에서 제 몸을 갈라 헤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시내는 화이트워터의 한 지류에 지나지 않았으니, 조정의 지도에 오르기에는 너무 작고, 봄철의 그 사나운 성미로는 마음을 놓고 건널 수도 없었다. 시내는 평평한 검은 바위의 바닥 위로 갈색을 띠며 흘렀고, 그러고는 그의 아래쪽에서 자갈밭의 굽이로 펼쳐졌으니, 거기로 브란 아르단의 작은 행렬이 이미 강기슭을 더듬어 내려서고 있었다.
한 시진(時辰) 전, 스톤할로우 너머의 마지막 오두막 벽에서, 어떤 아이의 손이 여덟 모서리의 별을 분필로 그리고 그것을 검댕으로 검게 칠해 놓았다. 그 아래로는 두 줄의 비뚤거리는 동요가 적혀 있었다. *여덟 모서리의 별이 검어질 때 / 낯선 임금이 말 타고 돌아오리.* 브란은 고삐를 당겨 멈추고 그것을 읽었으며, 마치 그 아이의 허튼소리가 그에게 사사로이 즐거워해도 좋다는 허락을 내려주기라도 한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그는 말을 몰아 갔다. 키른은 미소 짓지 않았다. 시원찮은 시구(詩句)는 더 나은 사내들보다 오래 살아남는 버릇이 있었다.
아래쪽 여울은 두 마리 말이 나란히 건너기에 충분히 너르되, 그 기수들이 자기 마필을 신뢰하고 또 돌이 굴러내리지 않는다는 조건에서였다. 브란은 그곳에서 행렬의 머리를 잡았으니, 곁에는 느긋한 자 이도릭이 있었고, 검은수염 로데릭은 안장 위에서 차가운 물에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스톤할로우의 에이드릭이 첫 번째 짐말을 몰았다. 스톤할로우의 알드윈이 두 번째를 몰았다. 그들 뒤로는 빈한한 끼니와 묵은 강철과 세 송이 장미를 두고 맹세한 열 명의 종사(從士)들이 따랐으니, 곧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두고 맹세하였다는 뜻이었다.
황기(黃旗)의 무리가 북쪽 길에서 한 가닥 길고 누런 실처럼 내려왔다.
키른은 그들을 한 번 헤아렸고, 그 수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쉰, 어쩌면 그보다 더. 그들의 신과 어깨로 보아 농군들이었다. 몇은 생가죽으로 묶은 낫창을 들고 있었다. 둘은 도리깨를 들고 있었다. 앞쪽 가까이의 한 큰 사내는 삽날만큼이나 너른 푸줏간 식칼을 들고 있었으며, 그것을 뼈를 갈라본 적 있는 사내의 그 익숙함으로 들고 있었다. 손목과, 목과, 이마와, 창대 위로 황색 천이 빛나고 있었다. 몇은 뺨에 황색 동그라미를 그려놓았다. 젖은 빛 속에서 그 칠은 묵고 병들어 보였다.
"동기여(同氣)." 키른이 불렀다.
브란이 아래쪽 물에서 고개를 들었다. 한 손은 짐말의 머리를 다잡으려 들어 올린 채였다. "보고 있소."
"아래 여울로 건너시오. 멈추지 마시오."
로데릭이 안장 위에서 몸을 틀었다. "그러면 그대는 남아 잡초나 헤아리려 하시오?"
"위 여울은 좁소." 키른이 미늘창의 자루 끝을 그 검은 돌 가운데 하나에 짚어 세웠다. "좁은 문에는 한 명의 무뚝뚝한 문지기면 족하지요."
브란의 얼굴은 다만 조금 변했다. 그것은 키른이 그에게서 신뢰하게 된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였고, 또한 언젠가 그를 죽게 할 그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였다. 그는 도리(道理)를 듣고도 그 도리를 짐짓 좋아하는 시늉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사내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대는 우리가 그대를 문지기 일에 내어주기에는 아직 그렇게 늙지 않았소." 브란이 말했다.
"그렇소. 그러기에 내가 그것을 잡으려는 거요."
황기의 무리 중 첫째가 이제 행렬이 갈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의 외침이 달라졌다. 흐트러진 송가(誦歌)였던 것이 한 점을 향한 소리가 되었으니, 모두가 입뿐이고 가락은 없었다.
"밀이 누렇다." 그들이 외쳤다. "새벽이 누렇다. 옛 별은 잿가루다."
키른은 미늘창을 내렸다. 그 날은 꾸밈없는 철이었으니, 길고 쓸 만하였으며, 자루받이 가까이에는 그가 스톤할로우에서 출진하기 전에 꼭 손보려 마음먹었던 금이 가 있었다. 그는 출진하기 전에 마음먹어 둔 일이 많았다. 대장장이에게 선금을 치를 일. 사당에서 미사를 들을 일. 로데릭이 마치 맷돌이라도 삼킨 듯 코를 골지 않는 채로 하룻밤을 온전히 잘 일. 새 맹세를 한 사내들은 큰 뜻에 의지해 살고 살피지 못한 자잘함으로 인하여 죽었다.
땅딸막한 사내 하나가 허리띠에 망치를 차고, 손등의 골에 검댕이 아직도 검게 박힌 채로 스톤할로우 쪽 강둑을 헐떡이며 내려왔다. 마을의 그 대장장이가 결국 그들을 따라온 것이었다. 황색의 줄이 내려오는 것을 보자 그는 멈추어 섰다.
"붉은 키른 그대." 그가 외쳤다. "내게 빚이 있소이다."
로데릭이 아래 여울에서 한 번 웃었다. "저기 제대로 된 용기를 가진 빚쟁이가 있구먼."
키른은 돌아보지 않았다. "여울 건너고 나서."
"죽은 자는 빚을 부실하게 갚지요."
"그러면 그대를 실망시키도록 빌어주시구려."
대장장이는 진흙에 침을 뱉었으나, 그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브란은 두 손가락으로 명을 내렸다. 아래쪽 행렬이 움직였다. 발굽이 미끄러졌다. 물이 말의 무릎까지 차오르고, 다시 수로(水路)가 가장 깊게 패인 자리에서는 배까지 차올랐다. 알드윈의 짐말이 버티고 서며 흰자위를 보였다. 에이드릭이 몸을 비스듬히 뻗어 굴레를 잡았고, 가죽모자 챙에 무릿돌 하나를 받아냈다. 그는 앞으로 꺾여 굽었으나, 고삐는 주먹 안에 쥔 채로였다. 브란이 돌아서 그의 겨드랑이 아래로 손을 넣어 의례 없이 도로 일으켜 세웠다.
위 여울에서, 황기의 무리 중 첫째가 너무 빠르게 들어왔다. 그는 창대에 가지치기 낫을 비끄러매고 있었으며 방패는 없었다. 키른은 그가 두 발을 두 번째 돌 위에 다 디딜 때까지 기다렸다가, 미늘창의 날끝으로 그를 겨드랑이 아래에서 채갔다. 사내는 한마디 말도 없이 물에 빠졌다. 시내가 그를 한 번 굴려 다음 돌에 박아 가두었다.
두 번째 사내는 그 시신을 발판으로 삼았다. 그는 더 나은 분별을 가졌으며, 방패 삼아 둥근 부엌 도마를 황색으로 칠해 들고 있었다. 키른은 그 도마의 가장자리를 갈고리로 걸어 끌어내고, 자루 끝으로 그의 입을 쳤다. 이가 갈색의 물 속으로 희게 흩어져 들어갔다. 사내는 그 뒤의 셋째와 넷째 위로 뒤로 넘어졌고, 잠시 동안 여울은 사내들이 사내들을 떠미는 자리가 되었으니, 그들 모두가 서로에게서 용기를 구하고 있었으되 다만 팔꿈치만 만나고 있었다.
"칼드렌이 신천(新天)을 일으키셨다." 한 명이 외쳤다. "아우렐리안 가(家)는 무너졌다."
"그러면 건너오라." 키른이 말했다.
그들이 건넜다.
셋이 함께 들어왔다. 낫창이 키른의 비늘 갑(甲)을 긁고 들어와 그의 갈빗대께 양모(羊毛)를 베어 들어왔다. 도리깨의 추가 그의 왼쪽 어깨를 쳤으니, 손가락 끝까지 팔이 마비될 만큼 단단히 쳤다. 그는 첫 번째 돌에서 뿌리가 미끈한 강둑까지 자리를 내어주었고, 그러고는 그들이 그가 움직였다는 것을 알아채기 전에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디뎠다. 미늘창이 낮게 베었다. 한 사내가 무릎 위쪽의 살을 잃고 마치 발 아래 땅이 빠져나간 듯이 주저앉았다. 다른 한 사내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려 고개를 돌렸고, 키른은 철제 자루 끝으로 그의 관자놀이를 부수었다.
아래쪽에서, 브란의 말이 건너편 자갈밭으로 올라섰다. 로데릭이 그 뒤를 따랐고, 수염에서는 물이 떨어지고, 칼날을 마르게 하려 칼은 뽑은 채 높이 들고 있었다. 이도릭은 말에서 내려 두 번째 짐말의 가슴띠를 잡고 떠밀고 있었다. 알드윈이 그의 곁에서 미끄러져 목까지 잠겼다. 로데릭이 안장에서 몸을 기울여 알드윈의 외투 등판을 움켜잡고, 옷자락이 찢어질 때까지 잡아끌었으니, 사내가 진흙을 토하며 올라왔다.
키른은 그 모두를 토막토막 보았다. 물. 황색의 천. 들어 올린 브란의 손. 로데릭의 검은 수염. 입을 굳게 다문 채 강둑에 선 대장장이.
식칼을 든 큰 사내가 여울로 들어섰다.
그에게는 송가가 없었다. 그는 누덕누덕 기운 속옷 위에 푸줏간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으며, 황색의 천은 그의 이마를 너무 단단히 둘러 살갗에 붉은 골을 새겨 넣고 있었다. 식칼의 철은 의례가 아니라 사용으로 인하여 이가 빠져 있었다. 그는 다른 두 사내가 키른을 왼편에서 압박할 때까지 기다렸고, 그러고는 그들이 만들어준 그 틈으로 들어왔다.
키른은 그것에 감복하였다. 그것은 작고도 깔끔한 잔혹이었다.
도리깨가 먼저 왔다. 키른은 그것이 자루를 감게 하고, 손목을 뒤집어 도리깨를 든 자의 균형을 무너뜨려 끌어냈다. 낫창이 그의 허벅지를 찔러 들어왔다. 그는 몸을 비켰으나, 끝을 온전히 피하기에는 한 호흡이 늦었다. 그의 무릎 위로 통증이 열렸다. 식칼이 들렸다.
키른이 미늘창으로 그것을 받아냈다.
철이 철과 부딪쳤고, 자루받이 가까이의 묵은 금이 이 세상에 남은 단 하나의 진실이 되었다. 날이 평평한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그 절반이 빙글 돌아 여울 속으로 날아가 버렸다. 식칼이 부러진 모서리를 미끄러져 내려와 자루를 베어 물고서 키른의 얼굴에서 한 뼘 너비를 두고 멎었다.
한 호흡 동안 그 큰 사내가 씩 웃었다.
키른은 자기 이마를 그자의 코로 박아 넣었다.
웃음이 사라졌다. 키른은 쓸모없어진 자루의 앞부분을 떨어뜨리고, 왼손으로 식칼을 쥔 손목을 잡고, 들쭉날쭉한 자루받이로 사내의 목을 쳤다. 한 번. 두 번. 푸줏간 사내가 그에게로 무겁고 친밀하게 쓰러져 들어왔다. 키른이 그를 밀어냈다. 그 시신이 두 돌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 거기 끼였고, 황색의 이마 천이 흐름 속에서 펄럭이고 있었다.
뒤에 있던 사내들이 부러진 미늘창을 보았다.
그들은 그때 들어왔어야 했다. 부러진 무기는 반쯤 열린 문이다. 키른이 그것을 알았고, 그들도 그것을 알았으며, 그러기에 세 호흡 동안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두 손에 쪼개진 자루를 든 채, 다리에서 따스한 피가 장화 속으로 흘러 내리는 채로, 그들을 정중히 바라보았다.
"연감(年鑑)이 이르기를." 그는 그들에게 말하였으니, 두려움이 고요한 음성을 가장 미워하는 까닭이었다. "하늘에게 자기를 위해 싸워달라 청하는 사내는 이미 자기 두 손의 첫 번째 본분(本分)을 저버린 자라 하더라."
그들은 연감을 알지 못했다. 그것은 분명하였다. 그러나 그 말은 그래도 쓸모를 다하였다.
무릿돌 하나가 그의 발치 바위를 때리며 갈라졌다. 또 하나가 그의 수염을 스쳐 구릿빛 털 몇 가닥을 뜯어내었다. 그는 다음의 돌격이 모이기 전에 물 속으로 한 발을 디뎠다. 부러진 자루는 이제 더 짧아졌으니, 흉하고 빠른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지팡이로, 몽둥이로, 갈고리로 썼다. 그는 손목 하나를 부수었다. 그는 뺨 하나를 갈라놓았다. 그는 한 사내의 배를 발로 차서, 첫 번째 시신이 끼었던 그 돌 위로 사내가 접혀 굽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래쪽에서, 브란의 마지막 짐말이 건너편 강둑에 닿았다. 작은 행렬은 모두가 건너편이었다. 로데릭이 말 머리를 돌려, 마치 되돌아오려는 듯 자갈밭을 거슬러 달리기 시작했다.
브란이 그의 굴레를 잡았다.
그 거리에서도 키른은 두 사람의 몸이 보여주는 다툼을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 몸을 기울인 로데릭. 말뚝처럼 가만히 선 브란. 소매 끝에서 물을 떨구는 채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돌아서는 이도릭. 아래 여울이 그들의 뒤로 열려 있었고, 그 너머로는 길이 남쪽 큰길과, 그들이 떠맡기로 맹세한 그 일을 향해 굽이 돌고 있었다.
키른이 부러진 자루를 한 번 들어 올렸다.
간청이 아니었다. 작별이 아니었다. 그것은 명령이었다.
브란은 물을 건너 그의 시선을 받아 마주 잡았다. 그러고는 그가 자기 말의 머리를 돌렸다.
로데릭은 욕설을 어찌나 크게 내뱉었던지 그 말이 안개를 뚫고 또렷이 들려왔으나, 그도 또한 돌아섰다. 종사들이 따랐다. 그들의 행렬은 버드나무 둥치들 사이의 한 줄이 되었고, 다음으로는 움직이는 흐릿한 자국이 되었으며, 끝내는 흔들리는 잎사귀들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황기의 무리도 그것을 보았다. 몇이 외치며 하류를 가리켰다. 셋이 위쪽 여울에서 떨어져 강둑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대장장이가 키른보다 먼저 움직였다. 그는 에이드릭이 버린 수레에서 바퀴 망치 하나를 낚아채어 두 손으로 자루를 잡고 그들의 길을 가로막아 섰다.
"내가 빚 받으러 왔소이다." 그는 말하였고, 첫 번째로 달려오는 자의 정강이를 후려쳤다.
그 소리는 메마르고 결정적이었다. 사내가 쓰러졌다. 대장장이는 다시 그의 어깨를 후려쳤고, 그 일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 자체에 너무도 노여워하는 표정이어서, 키른은 자칫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다른 둘이 발걸음을 늦추었다. 그것이 그들을 망치에서는 구해주었으되 용기에서는 망쳐 놓았다. 그들은 대장장이에서 키른으로, 그리고 여울 속의 시신들로 시선을 옮겼고, 거기서 그들이 본 것은 어떤 연설보다도 많은 일을 하였다.
한 명이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또 한 명이.
송가가 토막토막 무너졌다. 후방의 사내들은 여전히 신천을 외치고 있었다. 물에 가장 가까이 선 사내들은 그 대신 시내의 소리를 듣기 시작하고 있었다. 시내는 쓸모 있는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다만 갈색으로 차갑게, 죽은 자들을 둘러 흐를 뿐이었다.
키른은 부러진 자루를 내린 채 가운데 돌 위로 발을 디뎠다.
"그만." 그가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그가 자기들을 향해 말하는 줄 믿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떨리기 시작한 자기 다리에게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황기의 줄이 북쪽 길을 거슬러 물러섰고, 다친 자들을 거두고 여울에 세 구의 시신을 남겨두었으니, 물 속의 시신은 첫째로 물의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떤 뿔피리도 울리지 않았다. 어떤 장수도 그들을 거두어들이지 않았다. 풀무가 멎으면 쇠에서 열기가 빠져나가는 그 모양으로, 그들에게서 용기가 빠져나갔다.
마지막 황색 천이 갈대 뒤로 사라졌을 때, 키른은 푸줏간 사내가 서 있던 그 돌 위에 앉았다. 그는 부러진 자루를 무릎 위에 가로놓았다. 그의 두 손이 떨리기 시작하였으니, 그것이 상처보다도 그를 더 거슬리게 하였다.
대장장이가 물가까지 내려왔다. 그는 부러진 자루받이를, 그러고는 두 바위 사이에 끼인 반쪽 날을 내려다보았다.
"부러뜨렸군." 그가 말했다.
"빈약하게 만든 물건이었소."
"내가 만든 것이 아니었소."
"그러면 그 험담은 거두겠소."
대장장이가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 부러진 철을 건져 올렸고, 장인의 그 혐오로 금을 살펴보았다. "그대는 이 농사꾼 갈고리만도 못한 더 나은 칼에 선금을 빚지고 떠나갔소이다."
키른은 브란의 행렬이 사라진 아래 여울 쪽을 바라보았다. "그렇소."
"빚을 갚기 전에 죽으려 작정하였소?"
"아니오. 작정을 잘못한 것이오."
대장장이가 끙 소리를 내었다. 스톤할로우에서, 그것은 자비에 가까운 소리였다.
스톤할로우의 대장간, 여울이 있던 날 밤이 깊어진 후, 그곳에서는 젖은 숯과 식초와 그을린 양모의 냄새가 풍겼다.
대장장이는 소맷자락을 팔꿈치 위로 묶고 일하였으며, 받지 못한 선금은 모루 위, 동전이 있어야 할 자리에 놓여 있었다. 물론 동전은 없었다. 그가 거기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상상한 동전 자국이 검댕 속에 둥글게 새겨져 있을 따름이었다. 그는 붉은 수염의 바보를 따라 삼 리(里)나 그 일로 따라갔고, 그가 갈색의 물 속에 금이 간 농사꾼 칼을 들고 서서, 더 나은 사내들이 그의 명령에 따라 말을 몰고 떠나가게 함으로써 그 여울을 지키고 있는 것을 발견했었다. 채권자에게는 쓰라림의 권리가 있다. 장인에게는 판단의 권리가 있다. 어둠의 두 시진(時辰)이 지나는 사이에, 판단이 더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완(未完)의 미늘창은 장미 과수원에서의 맹세가 있은 다음 날부터 풀무 위에 걸려 있었다. 정신이 온전한 사람에게는 너무 과한 무기였으니, 날이 너무 길고 굽이가 너무 굶주려 있었다. 대장장이가 그것을 마치지 않은 채로 두었던 것은, 키른이 그것을 마치 날씨를 주문하듯 주문하였기 때문이었다 — 마당에 옅은 녹색 강철이 있거든 그것으로, 자루받이는 부담과 모욕을 모두 받아낼 수 있을 만큼 길게, 무게추는 자루 끝에 두어 머리가 술꾼처럼 앞으로 늘어지지 않게. 그러고는 그는 깃발과 형제애의 일로 말 타고 떠났으니, 그것은 외상을 갚는 일이 아니었다.
대장장이가 그 날을 내렸다.
낮은 불 속에서 그것은 검어 보였다. 높은 불 속에서는 그 날이 그 빛깔을 드러내었으니, 광석이 다른 식으로 담금질을 받았던 자리에 좁은 녹색의 색조가 있었다. 마술이 아니었다. 점지(占指)도 아니었다. 사람의 눈은 열과 쇠가 그들의 사사로운 일을 끝낸 자리에 의미를 새겨 넣었다. 그러나 대장장이는 산악의 남서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어머니의 일가는 그에게 어떤 쇠는 음성을 간직한다고 일러왔다. 노파들은 말하기를, 그러한 칼들은 흡족할 때에는 노래하고 배신을 당했을 때에는 비명을 지른다 하였다. 대장장이는 노파들이 아이들을 겁주기를 좋아한다고 말하였다. 그러하면서도 그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자루받이의 슴베를 먼저 달구고 자루받이 판들을 끼웠다. 두드리고, 돌리고, 두드리고. 풀무가 짧은 주황의 숨결로 화답하였다. 바깥에서 스톤할로우는 잘 자지 못하였다. 어디선가 한 아이가 기침하였다. 어디선가 한 여인이 이미 빗장이 채워진 문에 다시 빗장을 질러 넣었다. 황기의 소식은 해 지기 전에 마을에 들어와 있었으며, 두려움이 모든 집을 안에서부터 더 작게 만들고 있었다.
두드리고, 돌리고, 두드리고.
대장장이는 기도하지 않았다. 그는 안개의 마님께 그들의 손이 살피지 못한 일을 면해달라고 비는 사내들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그는 담금질 통 곁에 물 한 사발을 놓고 거기에 그 날에서 나온 줄밥 세 가닥을 떨구었다. 그의 어머니는 집을 떠나는 아들들을 위해 만들어진 칼들을 두고 그렇게 하였었다. 그것은 아무것도 해치지 않았다. 그것이 어쩌면 어머니에게는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면 까닭으로는 충분하였다.
자루는 잿나무였으니, 곧게 결을 들인 것으로, 대장장이의 키보다 반 팔쯤 더 길었다. 그는 등잔불 아래서 그것을 깎으며 엄지로 결을 짚어 살폈다. 좋지 못한 자루는 뒤에서 사람을 죽인다. 쪼개진 나무는 칼이 얼마나 좋은지 따위는 상관하지 않았으며, 죽은 자들에게는 이름난 강철 따위가 별 쓸모가 없었다. 그는 자루받이를 한 번 끼웠다가, 빼고, 줄질하고, 다시 끼웠다. 너무 빡빡했다. 그는 판들을 달구어 한 숨결만큼 벌렸고, 그것을 제자리에 두드려 박았다. 못은 붉게 들어가 검게 나왔다.
자정 가까이, 망치가 미끄러졌다. 자루의 모서리가 그의 손바닥에서 살갗을 찢어내었다. 그는 손을 천으로 감고 일을 계속하였다. 선금. 그는 생각하였다. 바보의 빚. 그러고는 그는 다시 키른의 두 손에 들린 부러진 자루를, 그리고 그 앞에서 멈춰선 황색의 사내들을 보았다. 어떤 장부도 감히 짊어질 수 없는 까닭에 어떤 장부에도 적히지 않은 빚이 있었다.
그는 자루 끝의 못을 마지막으로 박았다. 실용적인 못, 모지고 흉하니, 진흙과 기수와 닫혀 있다고 자처하는 문을 위한 것이었다. 키른은 무엇 하나 장식을 청한 일이 없었다. 대장장이도 그에게 아무 장식을 주지 않았다. 무기에서의 아름다움은 선과 쓰임 안에 있었다. 칼날의 긴 곡선, 그 아래의 잔혹한 안굽 갈고리, 그가 그것을 닦을 때마다 더욱 밝아지는 녹색의 날. 그것은 조정의 무기라기보다는 기근(饑饉)이 설계해 낸 연장처럼 보였다.
새벽이 오기 전에 그는 미늘창을 마당으로 가지고 나갔다.
동쪽 하늘은 아직 열려 있지 않았다. 칠성(七星)은 철에서 비켜나 사라져 있었고, 더 작은 별들이 화이트손 능선 위로 옅게 걸려 있었다. 대장장이는 자루 끝을 마당에 박아 세우고, 망치 자루로 그 평면을 가볍게 두드렸다.
칼날이 화답하였다.
크게는 아니었다. 맑은 한 음(音)이, 가늘고 평평하게, 강철을 따라 흘러 자루받이로 내려갔다. 숨은 금이 있었다면 그것을 흐리게 했을 것이었다. 부실한 이음매가 있었다면 그것을 삼켜 버렸을 것이었다. 이 음(音)은 그대로 지나갔으니, 칼날에서 못으로, 못에서 자루로 흘러, 새들이 울기 전에 차가움 속으로 잦아들었다. 대장장이는 붕대를 감은 손을 자루에 두르고 서서 그 소리를 손목의 뼈 속에서 느꼈다.
"노래하는 무기는 모두 한번은 침묵하게 마련이다." 그가 빈 마당에 대고 말하였다.
그것은 옛말이었다. 그것은 또한 다만 도리(道理)였을 뿐이었다. 사람이 부서졌다. 쇠가 부서졌다. 노래가 끝났다. 일이라 함은 그 침묵이 닥쳐올 때 세상이 그 대가를 치르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먼동이 텄을 무렵에 그는 칼날을 기름천에 싸서 아래 여울로 출발하였다.
스톤할로우 아래의 아래 여울, 그 다음 날 새벽, 그곳은 흰 안개와 장작 연기의 살갗 아래 누워 있었다.
키른은 자지 못하였다. 그의 허벅지의 상처는 끓인 물로 씻기었고 사당 부인의 고방에서 가져온 쓴 풀죽이 채워졌다. 그는 그 풀죽이 마치 이미 누군가의 일에는 실패한 적이 있는 것처럼 냄새를 풍기는 까닭에 미덥지 못히 여겼으나, 그것은 피를 더디게 하였다. 브란은 어둠을 헤치고 남쪽으로 들이밀지 말고 건너편 강둑에서 야영하라 명하였다. 키른이 이의를 제기하였다. 브란은 빗더러 젖지 말아달라 비는 청을 듣는 사내의 그 정중한 얼굴로 들었고, 그러고도 야영을 명하였다.
알드윈은 살았다. 그는 관자놀이가 부어 있었고, 로데릭에게 끌려 여울을 건넌 일에 대한 기억이 없었으니, 로데릭은 그것을 배은(背恩)이라 여겼다. 에이드릭은 짐말의 왼쪽 짐바구니 한 짝을 잃었고 귀에서 턱까지 멍을 얻었다. 이도릭은 밤의 절반을 마른 불씨를 찾는 데에 쓰고 다른 절반을 자기가 두렵지 않았던 척하느라 보냈다. 브란은 모든 사내에게 한 번씩 말을 걸었고, 어느 누구에게도 두 번을 걸지 않았다.
키른은 물 위에 쓰러진 버드나무 둥치 위에 앉아, 자기의 본디 빗이 잃어버린 짐바구니에 들어 있었던 까닭에 손가락으로 수염에서 진흙을 빗어내었다. 이것이 이날 아침의 가장 큰 부상이었으니, 그의 사사로운 판단으로는 그러하였다. 사내가 피를 흘리고도 그 위신을 지킬 수는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 수염을 돌보지 않은 것은 공공연한 쇠락(衰落)이었다.
로데릭이 술병을 손에 든 채 가까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는 두 번 권하였다. 키른은 두 번 사양하였다.
"독은 아니오." 로데릭이 말했다.
"옹색한 변호로구려."
"아우님이 거기서 마시고도 살아 계시지 않소."
"아우님은 결과가 좋지 못한 우정을 쌓은 것이오."
로데릭은 자기도 모르게 흡족한 얼굴이 되었다. "그대가 그 부러진 막대기를 들었을 때, 나는 브란이 이를 깨물어 부수겠다 싶었소."
"그는 따랐소."
"그렇소. 그는 그것을 미워하였소."
"둘 다 참일 수 있소."
브란은 조금 떨어져 서서 되찾은 마구(馬具)를 두고 에이드릭에게 낮은 음성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는 키른에게 사례하지 않았다. 그것이 옳았다. 사례는 그 일을 값싸게 만들었을 것이었다. 맹세한 형제는 비를 침상으로부터 막아준 지붕에 사례하지 않았다. 그는 지붕이 갈라졌을 때 그것을 손보았고, 훗날 누가 그 덕에 마른 채로 잠을 잤는지를 기억하였다.
대장장이가 안개를 뚫고 스톤할로우 쪽 강둑에서, 어깨에는 싸인 미늘창을 메고 다가왔다.
아무도 그를 가로막지 않았다. 채권자가 황기의 추격자들과 한 여울 사이에 끼어드는 것을 본 사내들은 그 후로 그에게 길을 내어주었다. 그는 아래쪽 돌들을 거쳐 천천히 건넜으니, 발 디딤마다 한 걸음씩 시험하며, 긴 보따리를 장인의 그 신중함으로 균형 잡아 들고 있었다. 물이 그의 장화를 검게 하였다. 검댕이 그의 얼굴을 검게 하였다. 그의 왼손의 붕대는 피가 배어 나와 있었다.
그는 키른 앞에서 멈추어, 싸인 무기의 자루 끝을 진흙에 박아 세웠다.
"내게 선금을 빚지고 있소." 그가 말했다.
키른이 조심스럽게 일어섰다. 그의 다리가 그 동작을 싫어하여 그에게 그 사실을 일러주었다. "내게 동전이 없소."
"알고 있소."
그러자 브란이 다가왔다. 로데릭이 일어섰다. 이도릭은, 어떤 이변(異變)을 보고 싶어하면서도 그것을 받들고 가야 할까 두려워하는 사내의 그 표정으로 가까이 떠밀려 왔다.
대장장이가 기름천을 벗겨 내었다.
아침이 그 날을 차츰 차츰 찾아내었다. 먼저 칼날, 곡선을 따라 나 있는 한 줄의 옅은 녹색. 다음으로 긴 등 부분. 다음으로 머리 아래쪽의 갈고리, 사람이 방패와, 고삐와, 사지(四肢)를 끌어낼 수 있도록 안쪽 초승달에서 날이 세워진 것. 자루받이는 어둡고 노련한 솜씨로 만들어졌으며, 못들은 깔끔하게 박혀 있었다. 자루는 키른보다 키가 더 컸고 창보다 굵었으며, 자루 끝에는 모진 못이 박혀 있어 로데릭이 이 사이로 휘파람을 불었다.
"저것은 무기가 아니오." 로데릭이 말했다. "저것은 날이 달린 성문이오."
"이번 한 번은." 대장장이가 말하였다. "그대가 진실에 가깝구려."
키른이 두 손을 내밀었다. 대장장이는 그것을 즉시 놓지 않았다.
"무겁소." 그가 말했다.
"무거운 것을 청했소."
"그대는 어리석은 것을 청했소."
"내가 곧잘 그러하오."
대장장이는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자루받이로 식칼을 받아내지 마시오. 칼은 정직하오. 어리석음에는 너그럽지 못하오."
키른은 고개를 숙였다. "나도 그러하오."
"아니오. 그대는 무엇에든 너그럽지 못하고 도리(道理)를 넘어 충실하오. 그것은 다른 일이오." 대장장이가 손을 놓았다.
무게가 키른의 두 손으로 마치 판결처럼 들어왔다. 미늘창은 두 팔을 다 원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 아래에 말을, 그 앞에 너른 자리를 원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떠한 망설임도 원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한 번, 천천히 돌리며, 무게추가 칼날에 화답하는 것을 느꼈다. 그의 허벅지에서 통증이 깜박였다가 그의 주의의 어딘가 뒤편으로 사라졌다. 녹색의 날이 옅은 햇살의 한 줄기를 지나며 그 빛깔을 다시 드러내었다.
브란은 말없이 지켜보았다.
키른은 자루 끝을 진흙에 박아 세우고, 머리를 들어 올려 칼날을 그들 사이에 곧추 세웠다. "한 밤 안에 한 일에 대한 값을 사람은 무엇으로 치르겠소?"
"가지고 있을 때 동전으로 치르오." 대장장이가 말했다. "그때까지는 그 일이 알려지게 함으로써 치르오."
로데릭이 한 손가락을 칼날 쪽으로 뻗었다. 대장장이가 그 손을 쳐서 물리쳤다.
"이름을 붙였소?" 브란이 물었다.
키른은 그 날을, 안굽 갈고리를, 햇살이 닿는 자리에서 더욱 밝아지는 녹색의 색조를 바라보았다. 그는 부러진 자루에 박혀 있던 푸줏간 식칼을 떠올렸다. 그는 갈색의 물 속의 황색 천을 떠올렸다. 그는 어떤 오두막 벽에 그려진 한 아이의 검게 칠한 별과, 스톤할로우 남쪽에서 기다리는 그 모든 값비싼 일을 향해 말을 몰아 가기 전에 그 어리석은 시구(詩句)에 미소 짓던 브란을 떠올렸다.
"그린팽." 그가 말했다.
그 이름은 의례 없이 자리를 잡았다. 로데릭이 한 번 그 모양을 시험해 보듯 입 모양으로 그 말을 만들었다. 이도릭은 마치 그가 그 순간을 실제보다 더 크게 기억하게 될 사람처럼 보였다. 브란의 얼굴은 그대로 멈추어 있었으나, 그의 눈은 칼날 위에 머물렀다.
대장장이는 음성을 낮추어 키른과 브란만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그것이 새벽 전에 마당에서 노래하였소. 깨끗하게 통과해서. 그러나 잘 들으시오, 붉은 사내. 노래하는 무기는 모두 한번은 침묵하게 마련이오. 그날을 잘 살피시오."
키른은 곧장 답하지 않았다. 안개가 그의 뒤로 여울 위를 옮겨가며 검은 돌들을 가리었다 드러내었다. 건너편 강둑에서는 황색 천 한 가닥이 갈대에 걸려 거기서 작고 고집스러운 한 떨기 불꽃처럼 펄럭이고 있었다.
마침내 키른이 말했다. "그것이 침묵하게 될 때, 나는 그 고요를 받을 만한 일을 해놓을 작정이오."
대장장이는 그를 살펴보았고, 그러고는 그것이 지혜는 아닐지언정 값을 치름으로 통할 만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브란이 남쪽 길을 향해 돌아섰다. "알드윈이 말 등에 앉을 만하면 출발한다."
"알드윈은 지금이라도 앉을 수 있다 합니다." 로데릭이 말했다.
"알드윈은 또한 자기 어머니가 달을 어디에 숨겨두었는지 내게 물었소이다." 이도릭이 말했다.
"그러면 한 시진(時辰)을 준다." 브란이 말했다.
사내들은 그들 둘레에서 움직이기 시작하였으니, 가죽끈을 조이고, 젖은 발에 따뜻한 기운을 디뎌 넣고, 강물이 가져가버린 만큼 가벼워진 짐을 들었다. 키른은 새 미늘창을 두 손에 든 채 버드나무 둥치 곁에 남았다. 그는 대장장이가 일렀던 그 음(音)을 느낄 수 있었으니, 마술로서가 아니요, 약속으로서도 아니요, 다만 쇠와 나무와 무게 사이에 맺어진 한 깨끗한 합의로서였다.
키른이 그린팽을 햇살 속으로 들어올렸다. 강철이 깨끗하게 울었다.